고갈되는 마취과, 전문의 이탈 흐름…중환자 수술 어쩌나

병원 재정 악화에 수술 부담 확대…육체적·심리적 부담 확대
사태 악화, 소명 의식에 몸 갈아 넣는 전문의 '얼마나 버틸지'에 달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5-23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상급종합병원 마취과 전문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재정 악화로 수술 부담이 커지고, 모든 수술에 투입돼야 하는 마취과 전문의는 육체적 피로와 심리적 부담감이 누적돼 번아웃을 앞당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22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료계 전문지 인터뷰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마취과 전문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의대정원 증원발 의료대란에 기인한다. 전공의 사직 이후 경증환자와 중등증 환자가 1·2차 의료기관으로 향하며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보는 이상적 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되고 있지만, 현장에 남은 의료진 부담은 커지고 있다.

먼저 병원 경영 악화가 의료진 고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선 재정적 문제를 겪으며 가능한 수술을 많이 하고 싶은 상황이다. 모든 진료과 수술에 필수불가결한 인력인 마취과 전문의들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취과 업무는 수술장 안 마취 전부터 시작된다. 수술 전 기존 질환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부터 환자 파악, 수술 담당 의사와 상의, 동의서 작성, 마취 등이다. 수술을 마친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중환자실 이송과 케어 등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수술 건수는 60%정도로 줄었지만, 이를 오롯이 전공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체 건수는 줄었어도 업무 로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

김성협 총무이사는 "병원마다 상황이 달라 산술적으로 이야기하기 쉽진 않지만, 업무 로딩은 기존에 비해 2배 3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환자만 보는 이상적 의료전달체계도 사태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수술 건수는 줄었어도 이는 중증환자들로만 채워지기 때문. 심장, 소아, 장기 이식 등 심적 부담이 큰 수술을 더 자주 접하게 된 상황이다. 마취과 내에서도 이 같은 비율이 높은 파트는 기피 파트가 된다. 기피 파트가 느끼는 부담은 점점 커지면서 결국 사직으로 이어지고, 다시 채워진 인원도 같은 상황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한동우 기획이사는 "마취과를 운영하는 과장님 입장에선 누군가는 기피 파트에서 마취를 해줘야 병원이 돌아가지만, 실제 기피 파트를 하면 더 이상 근무하지 않겠다는 사례도 있다"며 "설득 끝에 기피 파트를 맡기면 힘들어하다 사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취과는 당직 로딩도 큰 편이다. 야간 응급상황은 모든 과에서 발생할 수 있다. 각 전문과가 담당과 응급상황을 대응할 때, 마취과는 모든 응급상황을 함께 대응해야 한다.

한 기획이사는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교수 1~2명이 야간 응급 수술을 다 커버해야 한다. 기도 삽관이나 심폐소생술 콜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사실상 밤새 잠을 잘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춘규 정책부회장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정부가 말하는 전문의 중심병원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 구축된 이상적 의료전달체계에서 대학병원이 현 수준으로 중증환자 수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문의가 고용돼야 한다는 것.

다만 현실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학회는 단순히 계산했을 때 대학병원이 마취과 전문의 700~800명만 더 고용하면 큰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배출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7000명으로 인력 풀은 충분하지만, 병원이 고용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고 중증환자만 보면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조 정책부회장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해결이 힘들다. 예산 확보와 국민 설득도 필요하다"며 "정책적으로 큰 그림을 정부에서 세우고 추진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 없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의료체계 붕괴에 언제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소명 의식에 몸을 갈아 넣는 전문의들이 얼마나 버틸지에 달렸다는 시각이다.

그는 "상황을 단언하긴 어렵다, 교수님들이 정부 정책에 찬성하진 않지만 환자를 위해 노력하며 몸을 갈아넣고 있기 때문에 언제 소진되겠다고 예측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하루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관련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 작성자 비밀번호 확인 취소

    tls***2024.05.23 10:33:30

    대학병원에 서비스 파트라 지칭되지만 사실 마취과, 영상의학과 처럼 중요한 과들이 피루의료과이고  모든과들이 필수의료이기에 존재하는겁니다.  중요성이 몇 % 차지하냐지  이 정권처럼  무지하게  성형외과 와  피부과가  미용분야니  의사아닌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이거나   마취과와  영상의학과가  수련후 전문의가 되어서  대학에 안남으니  전공의수를 줄이는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