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기피'에 대한 소고(小考)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6-27 05:5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기피(忌避)'. 명사) 꺼리거나 싫어하여 피함. 

기피는 '꺼린다' '싫어한다' '피한다'는 뜻이 동시에 들어있는 단어다. 법률적으로는 '직무 집행을 거부하는 일'로도 해석된다.

'기피'라는 단어가 의약업계에서 사용되는 때는 여러 뉴스를 통해 익숙한 의사들의 '필수의료과 기피현상'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비단 의사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약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한약사회 회원 기준 8만 명의 약사들 중 '산업(제약·바이오·유통)'과 '병원' 분야에 종사하는 약사는 각각 4500여 명, 8000여 명 수준이다. 개국약사 대비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은 데다,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인력 충원을 위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최초로 열린 '대한민국 산업약사대회'에서도, 22일 진행된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골자는 결국 '인력난'이다. 

모두가 처음에는 약학대학에 '신약개발'과 같은 꿈을 꾸며 입학한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8할 이상이 개국약사, 지역약사로 진로를 정한다. 산업약사와 병원약사는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분야가 되어버린 것이다. 

산업약사와 병원약사로 많이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업무량이나 책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임금·승진기회·책임업무 수행의 독립성 등)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으로 내려가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는 주변 인프라가 수도권만큼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들도 영향을 준다.

또 다른 이유를 꼽는다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일반 대중들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지역약사 외에 '산업약사'와 '병원약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인지도 측면에서는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회사, 심지어 같은 약사사회에서도 관심과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약학대학 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산업약사, 병원약사 업무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처우가 부족한 점,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결국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인정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만은 차곡차곡 누적되고, 결국 자리를 떠나게 만든다. 

유인책의 필요성은 항상 언급되지만, 여전히 충분한 유인책이 나타나거나 시행되지는 않는다. 그 사이 남아있는 인력이 더 떠날 수도 있다. 

산업계에서도 병원에서도 약사 인력의 충원은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절실'하지만, 명쾌한 해결책이 없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울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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