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1조원 쓰고도 의료붕괴 코앞…한발 양보했으면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08 11:4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금액에서 20배 이상 증가한 약 1조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투입한 것이 밝혀졌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을 밀어붙이면서 일으킨 파장을 국민들이 온전히 짊어진 모양새다. 

지난 2월 정부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과학적 근거 없이 일시해 증원된 정원으로 인해 한국 의료계에 부정적 영향이 끼칠 것을 무겁게 생각해서다.

전공의가 없는 대형 병원들은 부족한 의료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현재는 버티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서 언제 도산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의료계 행사에서 만난 관계자는 "오늘도 의료기기 업체가 감원한다고 하더라. 병원이 비상경영체제하면서 영업이 안 된다"면서 "다 그냥 연쇄 도산하게 생겼다. 병원 앞에 식당들 다 문 닫고 있고, 약국도 문 닫고 있다"며 병원경영난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도미노처럼 의료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환자 피해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번아웃된 의사들이 전공의 없이 환자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진료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진료받는 시기가 늦어질 경우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에 의정갈등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에 대한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사 출신 4선 안철수 국회의원은 지난달 18일 개인SNS에 "의사협회는 한걸음 물러나서 점진적 증원은 받아들이되 내년부터 시행하는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이미 확정된 의대증원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온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아무리 의대정원을 많이 늘려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제도의 혼란보다 수십년간 공들여 만든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는 것이 먼저"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일에 승자도 패자도 없으며, 오직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의료계도 정부도 환자를 생각한다면, 의료붕괴가 현실화되기 전에 의대 정원 재논의를 위해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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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2024.07.08 21:43:24

    안철수가 밤새워 만든 국정과제 대로 운영했어도 이 꼴 안 났을텐데. 머리가 없으면 전문가를 쓸 능력이라도 있어야지. 고집만 세서.. 다 망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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