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보도자료 원칙을 망각한 제이엘케이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7-18 06:01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니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는 좋은 취재 소스가 된다. 반면 이를 배포하는 기관이나 기업들에게 보도자료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가 작성되도록 때론 자화자찬식 문구나 '최대', '최초' 등 최상급 표현을 활용한다. 

그럼에도 보도자료를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은 있다. 바로 '사실에 입각한 정보 전달'이다. 

말 그대로 원칙이기 때문에 이를 벗어난 보도자료는 거의 없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하루 수십 건의 보도자료를 받지만,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행여 원칙을 벗어난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올지라도 기자 스스로 휴지통에 넣어버린다.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은 서로(홍보팀, 기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문구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어제(17일) 이러한 원칙이 훼손된 일이 벌어졌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의 보도자료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제이엘케이, 외신서 美 진출 집중 조명 "글로벌 시장 석권 중인 Viz.ai, Rapid AI 넘봐">였다. 

해당 본문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면 "미국 내 유력 매체인 AP통신은 제이엘케이의 미국 진출을 다룬 기사를 대서특필 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기사에서 제이엘케이를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 의료 AI 기업으로 소개하며,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17일 제이엘케이가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 발췌. 
본문이 사실이라면 AP통신이 말 그대로 제이엘케이를 집중 조명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실을 입증할만한 출처는 첨부되지 않았다. 의구심이 든 기자는 당일(17일) 제이엘케이에 AP통신 기사 원문을 요청했다. 제이엘케이가 보낸 기사 원문은 다음과 같았다.   <관련링크> 

기자가 보기에 해당 원문은 기사 형태가 아니었다. 홍보인이나 기자라면 누구나 아는 뉴스와이어를 통해 송출한 보도자료 원문이었다. 해외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기업 대부분은 대부분 뉴스와이어(혹은 GlobeNewswire)를 쓴다. 해당 뉴스와이어 서비스랑 계약이 되어있는 수백, 수 천 개 매체에 보도자료를 전송하면 그 자료는 자동으로 그 매체들의 'Press Release' 페이지에 업데이트된다.

그 업데이트 된 보도자료를 보고 각 언론사 기자는 실제 기사를 작성하거나, 작성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자료는 기사가 아닌 보도자료다. 즉, AP통신이 제이엘케이를 기사로서 다뤘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허구'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다시 회사 측에 문의했다. 제이엘케이 측은 "협력 중인 해외 대행사가 회사 소개 내용을 언론사에 배포를 했다. 거기서 컨택 된 곳이 AP통신"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보도자료 한 건으로 이날 제이엘케이는 큰 경제적 이득을 봤다. 국내 유력 경제지부터 통신사, 인터넷 매체까지 관련 내용을 앞 다퉈 보도하며, 제이엘케이 주가는 이날 전일 종가(1만1300원) 대비 상한가(1만4690원)를 기록했다. 회사 시가총액만 무려 약 550억원 늘은 셈이다. 지난 15일 480억원 규모 유무상 증자 발표로 21.73% 하락한 주가를 모두 만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가 취재한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업계가 터부시하는 행태를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개미 투자자만 피해 보는 일을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사실상 시세조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 역시 이들과 같은 시각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호도해선 안 된다. 뉴스가 그렇듯 보도자료 역시 팩트에 기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보도자료는 결국 회사와 언론, 나아가 개인 투자자한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600~1000달러에 그치는 뉴스와이어 자료 한 건만으로도 회사 시가총액의 30%가 왔다 갔다 한다면 어느 누가 그 기업에 투자를 하겠는가. 

문득 한 다국적 제약사가 보낸 보도자료 하나를 꺼내봤다. 신약 허가를 받았다는 짧은 내용이지만 8개의 레퍼런스가 달려져 있었다. 문장에서 사실 하나를 제시하더라도 관련 근거를 꼭 첨부하기 때문이다. 각주 지우느라 시간 다 보낸다고 평소 불평했던 기자였지만, 오늘따라 이 보도자료가 왠지 살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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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2024.07.24 04:34:33

    기자님! 기사 잘 읽었습니다. 참 기자이십니다.
    고맙고, 가슴 뿌듯합니다.
    IR 담당자의 무능인지?  기업 정서인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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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2024.07.19 10:09:03

    기자님 정말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기자님의 용기 있는 일침이 산업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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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2024.07.19 09:49:56

    기자님, 진짜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취재 잘 담아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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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2024.07.18 11:19:2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악성주주들이 메일 엄청 보낼 것 같은데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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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2024.07.18 10:37:29

    이런기사 감사합니다 참기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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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2024.07.18 10:17:05

    좋은 기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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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2024.07.18 08:59:21

    보도자료 확인도 안하고 올려준 기자는 죄없고? 평소 광고 받던 돈은 다 어디로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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