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건보재정수지 적자…국가책임확대-혼합진료금지 필요

17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국가책임의 확대' 주제로 토론회 개최
민간 보험사의 건보공단 빅데이터 요구…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도
政, 데이터 개방 관련 8월 중 공청회…비급여 관련 의개특위서 논의할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18 05:58

(왼쪽부터)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성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부위원장,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 조충현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올해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책임을 확대하고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민간 보험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민간 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개방할 경우 의료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보험사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개인 맞춤형 보험상품 등을 개발해 민간 보험 의존도를 현재보다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국가책임의 확대'를 주제로 '모두를 위한 필수 사회서비스 확대·공공성 강화' 연속토론회3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2021년 선진국 그룹으로 정식 진입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는 지난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 수가 집중 인상'은 포함했지만 보장성 확대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중단 및 축소는 민간 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의료비 부담을 전가하는 등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회 예산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현행 보험료율 인상 수준이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024년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에는 누적준비금이 소진된다. 앞으로 8년 후인 2032년이면 누적 적자액은 6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법적 기준인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3~14% 수준에 머무는 등 과소지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 지원금을 정부부담금으로 변경하고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20%를 국가가 부담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국가책임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또 "2027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일몰규정을 폐지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불명확한 기준을 명확하게 해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을 담보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건강보험 정보는 공적 재원으로 마련한 의료체계 인프라에 기반해 환자와 국민, 의료인, 공공기관이 만들고 관리해 온 공공 자산이자 민감한 건강정보로,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강성권 부위원장은 "정부가 건강보험에 국민적 지지가 높아 의료 민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교묘한 언어유희로 은밀하고 위장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보험사 제공과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강성권 부위원장은 "건보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 수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방대한 자료다. 그동안 심평원의 개인정보가 민간에 제공되더라도 진료비 청구 위주의 정보로 내용이 한정적이었다면,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지난 20년 이상 공단이 구축한 시계열적 자료로 단일 보험자로서 가족관계, 재단, 소득 등 국민들의 전수자료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한 의료행위별 상세 진료 행위 및 처방 내역, 검진 결과를 포함한 실제 의료 기관에서 수행된 자료 등 너무나 민감한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간 보험사는 지난 수십년간 공단에 가입자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나 공단은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자 보험사는 보험금 수령을 미끼로 가입자로 하여금 직접 공단을 방문해 개인정보를 요구해 받아내는 과정이 있었다. 그 결과는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거부 사유로 악용될 뿐이었다. 공단은 이런 이유로 개인이 진료 내역을 신청할 때도 반드시 목적을 확인 후 제공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3월 11일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 '데이터가 돈이다. 언제 개인 동의를 받느냐? 의료산업화에 데이터 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강성권 부위원장은 "빅데이터 개방이 세계적 추세이고 반드시 개방이 필요하다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엄격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모범적인 사례인 유럽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 데이터 보호규칙)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건강보험 보장률, 답보상태…혼합진료 금지로 보장성 강화해야

건강보험 진료비는 연평균 8.18% 증가율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건강보험 보장율은 2022년 기준으로 65.7%로, 연평균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치는 답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장을 민간보험 가입을 통해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급여진료와 비급여진료의 혼합이 아닌 전면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론회 연자인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제로, "국민의료비지출을 줄이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혼합진료를 전면금지하는 방향으로 나가돼 단계적으로 금지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현 대표는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가 혼용된 체계에서는 비급여 부분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질환 특성을 고려해서 비급여 행위 일부의 경우에는 건강보험 급여와의 혼용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혼합진료금시 시행시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단기 목표는 특정 진료 영역은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고, 중장기 목표는 일부 항목 외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급자 보상체계도 원가 중심에서 가치 기반 보상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단일 지불제도에서 벗어난 다변화된 지불제도를 적용해 공급자 보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 政, 건보공단 데이터 개방 관련 8월 중 공청회서 의견 수렴할 것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조충현 과장은 "데이터 개방에 있어서, 건보공단을 담당하는 과장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변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가입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또 건보공단은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8월경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에 관해서는 2017년 62.7% 정도였다. 그런데 2021년 64.5%, 그런데 그 사이 건강보험에 대한 부담은 2배 가량 늘었다. 상대적으로 비급여도 거의 그 수준만큼 늘어나 당초 보장률 목표인 70%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목표했던 4대 중증에 대한 보장률은 84%였다. 또 중증, 고액 지급에 대한 상위 50개에 대한 보장률은 80.3%로, 목표였던 70%에 비해 굉장히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보장률이 상당히 정체돼 있다. 보장성 부분이 약하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했을 때 예를 들면, 지역이나 필수의료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료비 부담을 좀 더 완화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종합계획이 완성형이고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도 매년 시행 계획을 수립하기도 하고, 토론회를 통해 많은 의견을 들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급여에 대해서도 표준화라든지, 모니터링 등에 대한 관리를 좀 강화하고 있다. 혼합진료에 대한 부분들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개혁 특위를 통해서 논의하고, 연말까지 제도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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