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오는 9월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일선 병원들은 우려와 혼란을 나타내고 있다,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전환을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병상축소, 1·2차 의료기관간 네트워크 형성 등 여건 마련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와 국민 역시 이 같은 정책시행에 따라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지만 의견청취 등의 공감대 형성 없이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에 난색을 표했다.
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양윤선홀에서 개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정부에서 진행한 설명회에 참석한 내용에 대해 공유했다.
조영민 실장은 "정부에서는 급히 준비가 된 부분이긴 하지만 시범사업을 하면서 다듬어간다는 계획이고, 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 제도화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2027년 이후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5대 분야인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면에서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시범사업은 하반기에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희망을 하기만 하면 다 대상이 되고, 상종과 권역 내에 지역 협력병원이 함께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진료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영민 실장은 병원에 따라 5~15%의 병상수를 축소하는 부분이 병원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병원 경영이라든지, 진료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빅5 병원은 중환자실, 특수 병상 등을 제외한 일반 병상을 일괄적으로 15% 줄여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의견수렴을 통해 8월말에 의개특위에서 1차 개혁방안을 발표한다. 이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방향에 대한 최종안이 나오게 된다. 9월 중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통과가 되면 9월 혹은 10월 중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착수한다.
◆ 상급종합병원, 중증·희귀 질환 진료 방향 '바람직'…다각적 검토 촉구
토론회 패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희귀 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보는 방향에는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는 다각적 검토 및 실행 준비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종한 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희귀 질환 환자를 보는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제한점이 있다. 3차 병원에서 구조조정한 부분이 1, 2차 의료기관의 변화와 동반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그렇치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즉 3차 병원에서 환자를 줄이려면 1, 2차 의료기관 쪽으로 회송해야 하는데 환자들의 공감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종한 운영위원장은 "환자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1차, 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작업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만의 구조조정만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이라는 것은 의료체계 전체적인 변화와 장기적인 계획, 교육 및 훈련이라든가, 수련체계 변화 등이 다 맞물렸을 때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기 위한 논의에 앞서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의 전체적인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중증 중심의 구조전환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갑자기 15% 정도의 일반 병실을 줄인다든지, 빅5 중심의 중증진료 중심으로 간다든지 등은 사전준비 단계는 어느 정도나 됐는지, 아무리 빨라도 5-10년 정도는 지나면서 차근차근 준비가 필요하다"며 급격히 사업을 펼칠 경우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간다면 전문의 역할은, 전문의는 어느 정도나 준비가 됐는지, 현재 전공의들이 전문의를 안 하겠다는 상황에서 중증질환,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너무나 모순된다"며 "이슈들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얻고 미래 청사진에 대해 병원별로 준비할 수 있도록 가야 하는데 너무 갑작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의대 하은진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이미 경증 환자 진료를 많이 보는 구조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 왔고 그에 맞게 규모를 확장해 왔는데 갑자기 중증 환자만 보라고 하면서 줄어드는 수익에 대한 대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중증과 희귀질환인 환자들한테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양보할 준비가 국민들도 돼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양보할 수 있는 그런 교육과 마인드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되면 희귀질환환자들에게는 좋지만, 국민들의 공감대가 없이 하는 것은 어렵다. 의료개혁을 왜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환자 중심으로 한다고 하는데 환자들은 항상 빠져 있는 것 같다"며 환자와 국민이정책에 대한 정보, 건강보험 재정이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미란 소비자시민모임 대표는 "소비자시민모임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의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내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배제한 채 내놓는 정책마다 불편을 끼치고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암담하다.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희귀질환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은 옳지만 그 과정은 올바르지 않다. 시민 참여를 통해 공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의 대란이 어떻게 해소될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충분한 재정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에는 건강보험 인상 없이 수가 인상 부분으로 재정을 지원하게 된다. 결국 정해진 건강보험 파이 내에서 재정집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충분한 지원이 될지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조영민 실장은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상수를 15% 일괄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응급실, 중환자실, 특수병상들을 제외하고 나서 15%가 어느 정도가 될지 보면, 약 200병상 정도다. 현재 여러 병원들이 분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건축비용이 굉장히 많이 올라서 한 베드를 만든 데 대략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7억~8억 원 정도다. 그러면 200병상이라고 하면, 약 1400억원 정도가 이미 투자됐는데 그런 부분들이 과연 경영적으로 상급종합병원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앞으로 진행될 건정심 회의에서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하은진 교수는 "2020년도 심평원 연구를 보면, 당시에 상급종합병원 수입 중 약 33%가 경증 입원이어서 4조원 정도 규모라고 돼 있다. 그러니까 이를 줄이고, 중증 위주로 갔을 때 수가 인상이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반영이 될지 의문"이라며 "결국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들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고, 그들이 무너지게 되면 그 병원에 고용돼 있던 수많은 인력들이 직장을 잃게 되고, 그 상급종합병원이 커버하고 있던 지역은 중요한 상급종합병원을 잃어버리게 되는 문제들이 생기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비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위해 일반병상을 줄인다고 하는데 서울대병원을 예로 들면, 중증환자들이 일반 병상으로 입원한다. 입원할 때 중환자실로 입원하지만 중환자실에서 퇴원하지 않는다. 일반 병상을 줄이면 지금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입원이 안 돼서 타 병원으로 전원가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200병상이 줄면, 그만큼 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단순히 병상을 줄이는 것이 구조전환 해결책이 아님을 시사했다.
또 "의료기관간 네트워킹에 대한 부분에서도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지방에 있는 1차 병원간 네트워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지역별로 네트워킹이 돼야 하는데 지역 대표 병원에 대한 지역민들이 신뢰와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재정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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