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는 중대본에서 내놓은 '응급의료체계 유지대책' 중 응급의료기관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른 환자 분담, 중증응급환자와 야간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등에 대한 방향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실행 및 추진 일정 등이 뒷받침 돼야 하고, 인력난 해결방안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또 코로나 재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응급환자와 코로나환자까지 봐야 하는 의료진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관련 수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대한응급의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발표된 '응급의료체계 유지대책'에 대해 "응급의료기관(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간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른 환자 분담, 경증·비응급 환자에 대한 본인 부담 상향, 중증응급환자와 야간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는 해당 분야 전문가 학술단체로서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부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대본 브리핑에서는 큰 방향성을 내놓은 것이고, 이에 대한 실행계획 등은 구체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의 세부사항들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장 의료진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의학회와 함께 숙의하고 협의해 응급의료 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선 현장에서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도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유지대책 방향성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행시점이 늦어질 경우 기대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증응급환자와 야간 진료에 대한 보상 등은 응급실 의료진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이렇게 발표한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 빠르게 적용된다면, 응급실 의료진 추가 모집은 못하더라도, 응급실 의료진이 이탈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행시기가 늦어진다면 의료진이 다 떠난 후에 정책이 시행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대본 브리핑에서 경증환자나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센터. 지역응급센터 내원 시 의료비 본인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부분도 방향은 맞다. 하지만 그동안 없었던 응급실 문턱을 높인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에 촉탁의 추가 채용을 독려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공보의·군의관을 핀셋 배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촉탁 채용은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뽑으려고 해도 인원이 없고, 공보의나 군의관은 일반의라서 응급실을 담당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해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결국, 의대정원 증원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 코로나 재확산 속도 빨라…과로누적에 의료인력 이탈 우려 커
예산규모나 구체적인 재정 확보 계획 없이 큰 방향성만 내세운 정책을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코로나 재확산 속도가 빨라 응급실로 내원하는 감염병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업무 부하로 인해 응급실 의료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특히 이번 추석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B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책 집행을 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재정이 어느 정도인지, 확보된 재정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확보해서 지원할 것인지, 어떤 구체적인 내용 없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왜냐하면 지난 2월달 이후로 정부에서는 계속 뭔가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더 나빠지기만 한다"고 토로했다.
또 "복지부도 질병관리본부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가 정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응급실에서는 기존에 중증 환자를 보는 것에 더해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업무 부하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은 언급도 없다. 그래서 신뢰하기에는 너무 힘든 대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이미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는 우왕좌왕 하지 않고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약 비축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입고 예정이었던 코로나 치료제가 요청수량보다 훨씬 적게 입고되거나 소량 재고만 남은 약품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코로나 시기에 지원됐던 수가 등의 혜택도 현재는 없다보니, 지친 의료진이 동력을 삼을 만한 기전이 전무한 부분도 지적됐다.
B대학병원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인력'으로 꼽으며 "내년부터 전문의가 안 나온다. 최소 1-2년, 많게는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최소한 지금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없다. 4년차 하던 전공의들이 다 나갔고, 새로운 전문의은 충원이 안 되고 있다. 오는 추석연휴는 업무부하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벌써부터 걱정들이 많다. 과연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말들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응급실은 단순히 업무를 견디는 부분뿐만 아니라 기록 하나만 누락돼도 주의태만으로 보고 사법적 처벌을 받는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부담도 많이 느낀다. 결국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는데, 정부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들만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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