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시장을 평정한 '가다실9'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녀 HPV 9가 백신에 대한 무료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가다실9 보험 적용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만큼, 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HPV 9가 백신 대상을 남녀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내년도 관련 예산안을 지난 5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질병청은 가다실9의 NIP 적용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NIP로 사용 가능한 HPV 백신은 2가 백신 '서바릭스'와 4가 백신 '가다실' 뿐이다.
질병청이 수행한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 남·여아 HPV 9가 백신은 NIP 도입 우선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다.
HPV 9가 백신 12세 여아 도입(3위) 보다는 낮지만, 12세 남아 HPV 4가 백신 도입(14위) 보단 훨씬 높다.
하지만 9가 백신에 대한 남녀 NIP 도입 목소리는 줄곧 이어져 왔다. 그간 국내 남성 HPV 예방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남성 HPV 예방사업을 적극 펼쳐온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이 평균 60~7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다. HPV 관련 암 발생을 추산하면 전세계적으로 1분마다 1명이 HPV 관련 암을 진단받는 셈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등을 남녀 구분 없이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구인두암의 일종인 남성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했다. 미국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도 이미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이에 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NIP를 도입했고, 이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하고 있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도 남녀 HPV 백신 접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달 11일 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대한두경부외과학회와 세개 학회의 모학회를 포함한 모두 6개의 HPV 백신 및 관련 질환 한국 전문가 그룹은 'HPV 백신 남녀 모두 접종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것. 이처럼 6개 학회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HPV는 여성은 물론 남성에서도 흔하게 감염되고 남녀 모두에서 다양한 질병과 암의 원인이 된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보건 의료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NIP에 HPV 9가 백신이 포함된다면, 가다실9은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가다실(4가) NIP 접종자가 가다실9로 쏠리는데다 남아라는 강력한 신규 수요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다실9의 지난해 연매출은 약 1060억원이다.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제약사의 지속적인 HPV 예방 홍보로 인해 천억원대 대형품목으로 거듭난 덕분이다. 올해는 매출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판매·유통을 맡은 광동제약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다실9 매출은 약 31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NIP에 포함될 경우 공급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에서 남녀 12세 9가 백신 접종 시나리오를 현행 프로그램과 비교한 결과, 비용-효과성 임계값 4000만원(1인당 GDP)을 고려했을 때, 산출된 ICER는 비용-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9가 백신 가격이 8만8992원 이하인 경우에만, 여아 12세 9가 백신 접종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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