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중심 '상종 구조전환', 중환자실 기준 없어 현장 '혼란'

4일 '중증·응급환자 중심, 중환자실 진료체계 개편 방안 토론회'
중환자실 질 향상…중환자실 등급화 구현하고 투자 이뤄져야
간호계, 교육 및 숙련 간호인력 양성 위한 정책 지원 촉구
병원계, 상종 구조전환 시 고정비의 50% 지원 제안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9-05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에서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의료진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중환자 기준이나 중환자실 시설 기준, 그에 따른 의사, 간호사 등 인력 비중, 간호사 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체계 안에서 중증환자 비중을 늘려 구조전환을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다. 다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50% 정도를 정부에서 보조해 준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내놨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증·응급환자 중심, 중환자실 진료체계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중환자실 진료체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발제로, "K 의료가 굉장히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중환자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이 있어야 수술도 하고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분야이며,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이 된다면 가장 시급한 필수 의료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중환자 의료의 질은 인력, 장비, 시설, 운영 구조로 결정된다"며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중환자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가 보상을 넘어서 중환자실에 대한 성과 지표를 통한 중환자실 등급화를 구현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34대 회장(성균관의대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진료체계를 튼튼히 해야 병원의 기초체력도 건강해진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을 독립적인 전문 분야로 인정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정부 전담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의사들이 중환자실에서 일할 때 법적인 리스크를 완화해주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한중환자의학회 35대 부회장(연세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결국, 중환자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자가 돼야 하는데 정부 전담부서도 없고 중환자실 관련 법도 없다. 지금 투자를 할 방법이 없다"며 체계적인 중환자실 역량 강화를 위한 근거 법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수가를 인상해줘도 수가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 정부에서 전문의 중심의, 중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중환자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갖춰야지 중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중환자실 조건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이 없이 단순히 중환자실 비율만 제시하고 있다. 중환자실 비율을 높이면 그에 따른 의료 인력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에 대한 부분도 다 빠져 있다"며 정책적 허술함을 지적했다. 

김영삼 교수는 "현재도 전공의가 없이 6개 이상 전문의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탈진하고 있다. 결국에는 인력이 적은 병원서부터, 지역에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부터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그 이전에도 지역과의 격차가 컸었는데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 대한 추가 수가 등을 더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연 병원중환자간호사회장은 "중환자 의료진 인력이 환자의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그 만큼 전담 의료진의 필요성과 역량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계획에 따라서 중환자 병실을 늘리면 대략 빅5 병원만 계산해도 580명에서 700명 정도 추가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상종에 투입되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굉장히 숙련된, 전문성이 높은 간호 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2차 종합병원에도 중환자실이 있기 때문에 이들 병원에 근무하게 될 간호인력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분이 이번 1차 실행방안에는 없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 병원계, 상종 구조전환 시 고정비의 50% 지원 제안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중환자실 운영에 있어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고정비용의 50%를 정부에서 보조하고 나머지를 행위별 수가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을 제안했다.

신응진 정책이사는 "중환자실은 아직도 적자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은 일반 병실을 줄이고 중환자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중환자실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행위별 수가체계 내에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대로 추진하게 될 경우 적자를 면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도 크다. 그 대안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인력, 장비 등 고정비용의 50% 정도를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병원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이 45개 정도고, 350개 종합병원이 있다. 이 종합병원들은 300베드 이상이며 중환자실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들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준 향상과 시설유지, 장비교체 등이 필요하지만 민간병원들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을 통해 중환자실 비중을 늘린다고 해도 나머지 중환자들은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들 병원에 필요한 중환자 전담전문의, 전담간호사 인력 등도 확충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원을 받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이 지역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돼서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2차 병원에서 의뢰하는 환자를 책임지고 받아주는 시스템이 된다면, 지금처럼 병원간 경쟁이나 응급실뺑뺑이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중환자실 발전 방안, 2차 3차 실행방안에서 구체화할 것"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과장은 "의료개혁추진단에서는 1차 실행 방안을 발표했고 앞으로 여러 의견들을 반영해 2차, 3차 실행방안을 연속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간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 중환자, 이 부분들도 개념을 좀 더 정확히 해야 되겠지만 중증 환자라고 했을 때 지금은 어떤 수술이나 시술의 난이도를 가지고 구분을 했었다면, 같은 수술과 시술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좀 다르기 때문에 환자 컨디션을 최대한 보면서 중증 비중을 가져가려는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중환자에 대한 중증도가 좀 인정되는 계기가 일단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보상을 할 때는 행위별 수가에 대한 개선과 전반적인 성과 보상이라는 두 가지가 같이 들어갔다.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하려는 금액의 약 30% 정도는 성과보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첫 번째는 중환자 병실에 대한 수가를 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증 중심으로 얼마나 진료에 집중을 했는지, 중환자 병실을 얼마나 보충했는지에 따라서 기관 단위의 성과 보상을 연계하려고 한다. 전체적인 평가의 질이 좋았을 때 더 많이 보상하는 방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환자실에 대한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2차, 3차 실행 방안에서 좀 더 구체화해서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네트워크체계에 있어서는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이라고 하는 진료협력 병원과의 상생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중환자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올리고, 중증도가 다소 떨어지는 환자들은 2차 병원으로 회송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지역 안에서 적어도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완결형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의료에 대해서 지역 완결형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진, 간호 인력,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등을 서로 공유해서 확산하는 것도 같이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전반적인 변화들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통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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