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장봄이 기자] 12·3 계엄사태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달 출범 예정이었던 정부 주도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무기한 연장됐고, 환율 상승과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의약품 원료수급 문제, 해외 임상시험 영향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달 상장에 나선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가를 낮추는 등 대외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향후 투자나 기술수출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주도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이달 중순 출범 예정이었으나 현재 무기한 연기됐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10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위원들이 참여해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에 직접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기존에 정부 주도로 운영했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보다 산업계에 직접적인 지원과 생태계 형성 등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2·3 계엄사태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면서 국가바이오위원회도 출범 일정이 무산된 것이다.
제약바이오단체 한 임원은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다보니 기업들에 대한 각종 지원이나 혜택 등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업계에서도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원회 자체가 출범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사실상 국가 복지제도나 희귀난치질환 등 관련 사업을 주로 추진하다보니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 형성과는 결이 다른 위원회"라면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산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기구인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전했다.
◆ 환율 1440원대까지 치솟아…원료의약품·임상시험 등 난항
여기에 고환율 문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환율은 계엄사태 당일 달러당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경제적 불안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날 기준으로도 환율은 1436원으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원료의약품을 수입해야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원료비 급등과 경제적 불확실성 등을 장기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완제의약품 제조를 위해 필요한 합성·추출 등의 방식으로 제조된 원료의약품의 90%를 수입해야하는 것이다.
고환율 문제는 해외 임상시험 진행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은데, 인건비 등 모든 과정에도 비용이 과중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 임상시험 단계, 단계마다 큰 비용이 소요되는데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안그래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바이오텍 등 회사 입장에서는 이중고, 삼중고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 '국가 신뢰도' 하락 가장 큰 문제, 한 목소리
더불어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코리아디스카운트' 등 국가 신뢰도 하락 문제였다.
해외에서 계엄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불확실성 요인이 발생했다는 우려가 각종 활동에 악영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해외 수출 과정이나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코리아디스카운트"라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각종 해외 진출이나 글로벌 계약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신용도 하락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술이전 과정에서도 계약이 성사되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추가 임상시험이나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가적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한다면 계약 과정에서도 당연히 경쟁 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이미 한파가 몰려왔다. 계엄사태 직후 증시 하락을 면치 못했고, 기업상장(IPO) 시장도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달 IPO 도전에 나선 온코닉테라퓨틱스와 듀켐바이오는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아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공모가를 기존보다 20% 정도 낮춰 1만3000원에 확정했으며, 듀켐바이오 역시 희망 공모가 밴드보다 낮춘 8000원으로 결정 지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엄사태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어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게 됐다"면서 "대외적인 환경이 크게 작용했으나 상장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IPO시장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다보니 향후 시장 상황을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도 있으나 일단 자금 확보에 따라 생산 물량을 늘리거나 성장성 등을 기반으로 IPO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가 정세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면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난항에도 직면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이 이달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증시의 단기 투자심리 안정화 여부는 결국 정치 혼돈사태의 수습 속도에 비례해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환율의 경우 1400원대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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