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몰락이 주는 교훈일까. 미국의 한 디지털 치료기기(DTx) 제조사가 비처방(OTC) 시장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DTx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향상시켜 이용자 수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DTx 기업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는 자사 비디오 게임 방식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개선 DTx '엔데버(Endeavour)'를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앞서 아킬리는 8세부터 12세 아동의 ADHD 치료를 적응증으로 2020년 '엔데버Rx'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 받은 바 있다.
엔데버RX는 600명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5개의 임상연구를 통해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실제 4주 동안 하루에 약 25분, 주당 5일 동안 엔데버RX 게임을 한 결과, 아동 73%는 주의력이 향상됐다. 또 부모의 지도 아래 8주 치료 후에는 아동 68%에서 ADHD 관련 장애가 개선됐다.
엔데버Rx의 모든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관찰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엔데버RX를 출시한 아킬리 역시 페어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매년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된 것. 아킬리의 2022년 매출은 32만 3,000달러에 그쳤지만, 운영비용은 9,060만 달러에 달했다.
이에 14달러에 달하던 아킬리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97센트까지 내려갔고, 올해 1월에는 인력의 30%를 감원했다.
사실상 지난 4월 파산한 DTx 선두기업 페어처럼 공중분해 될 위기까지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 DTx를 처음으로 상용화 한 페어는 한때 16억 달러(2조 1,256억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600만 달러(약 80억원)에 공중분해 됐다.
그런 측면에서 아킬리가 DTx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업 수정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엔데버RX의 처방 연령을 성인까지 확대하는 것과 엔데버OTC의 출시다.
마침 성인 ADHD 치료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다. 성인 221명에게 집에서 모바일 장치로 엔데버Rx를 6주 동안 사용하도록 한 결과, TOVA 주의력 비교 점수(ACS)가 평균 6.5점 향상됐다.
전체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킬리는 오는 연말 전까지 FDA에 임상 데이터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회사는 엔데버OTC도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다. 사용자는 이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사용자는 한 달에 약 10달러부터 시작하는 구독 요금제를 통해 엔데버OTC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킬리의 사업전략 변화는 국내 DTx산업에 있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국내 1호, 2호 불면증 개선 DTx인 에임메드 '솜즈'와 웰트 '웰트-I'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상용화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에임메드와 웰트의 시장 진입 전략은 상이하다. 에임메드는 솜즈를 처방과 비처방 시장으로 나눠 동시에 출시하기로 한 반면, 웰트는 국내 상위 제약사 한독과의 협업을 통해 철저히 처방 시장만 공략하기로 하면서다.
양사 모두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자신하고 있다. 에임메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서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워치와 솜즈를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웰트는 한독의 불면증 치료제인 '스틸녹스(졸피뎀)'와 DTx간 상호보완으로 시너지를 기대한다. 한독의 경우 국내 불면증치료제 처방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임메드와 웰트는)관련 시장을 함께 일궈나가야 하는 입장인 만큼 경쟁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면서도 "일단 뚜껑이 열려봐야 알지 않겠나. 미국의 선례도 있다 보니 각자 사업 전략을 빠르게 수정해나가며 관련 산업이 뿌리 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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