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의 기초는 마련됐지만‥치료제 '급여 제도'가 걸림돌?

정밀의료 활성화되려면 의료기관 간 데이터 개방·공유 필수‥'데이터센터' 제안
NGS 분석 결과를 치료제 선택 근거로 활용‥위원회 통해 '허가범위 외 사용' 급여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14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말한다. 각 개인의 유전체 정보, 환경 및 생활양식의 개인차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법과 차이가 있다.

최근 유전체정보 분석 기술인 NGS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와 대용량의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저장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희귀유전질환과 암질환 분야에서 정밀의료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밀의료의 기초가 되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보건연구원 등에는 전 국민의 진료·투약내역, 건강검진 DB와 100만 명 표본코호트, 암 발생 통계, 93만 명분의 인체자원 정보 등이 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은 방대한 양의 전자화된 의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의료기관 NGS 데이터 및 임상 데이터의 기관 간 교류가 단절돼 있다는 점, 특정 발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더라도 그에 맞는 치료제를 즉시 투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 정밀의료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정밀의료는 긴밀하게 연계·통합된 빅데이터에 기반한다. 세분화된 질병분류에 따라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찾음으로써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밀의료 개념을 실현하기엔 충분한 규모의 통합 빅데이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진료기록이 여러 병의원에 분산돼 있으며 NGS·임상 데이터가 종합병원 단위로 구축돼 각 의료기관 내에서만 폐쇄적·독점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민간의료기관에게 NGS·임상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종용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민간부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이에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려면 NGS·임상 데이터가 의료기관 간에 개방·공유돼야 한다. 이들의 연계·통합 및 안전한 활용을 관장하는 정부 주도 '데이터센터'를 설치한다면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가 집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NGS를 통해 특정 발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그에 맞는 치료제를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에 가로막혀 사실상 정밀의료에 의한 치료제 투여가 불가능하다.

폐암은 그동안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 후, 의약품 출시 당시의 적응증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처방해왔다.

반면 정밀의료에서는 NGS 분석 기술을 통해, 암종을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의 분자적 특성에 따른 아형(EGFR, ALK, RET, KRAS 등)으로 분류한다. 이후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정밀의료의 항암제 선택은 종래의 '허가범위' 기준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이 굉장히 엄격한 편이기에 허가범위를 넘어선 정밀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항암제에 대해서는 심평원이 '요양급여 사전 승인제도'로 별도의 기준과 절차를 정해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을 열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임상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준의 획일적 적용, 복잡한 절차, 급여 최종 승인까지 장시간 소요, 승인 여부의 불확실성 등으로 대부분의 '허가초과 사용 승인 신청'은 치료제 승인 및 건강보험 급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말기암·난치암 환자들의 경우, 시도해 볼 만한 치료제가 있어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해당 암종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조사처는 규제기관에 의해 승인된 정밀의료 전문의료기관에서 NGS 변이 해석을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자종양위원회'를 제시했다. 

해당 위원회가 결정한 치료제를 다학제위원회가 심의해 채택한 경우, '허가범위 외 사용'일지라도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건강보험에서 급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미 NGS 검사의 유효성·안전성 등을 인정해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NGS 분석 결과를 치료제 선택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 중 분자종양위원회의 운영 활성화가 주목됐다. 이 위원회는 각 의료기관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고자 설치됐으나 활동이 미진한 상태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분자종양위원회를 활성화시켜 말기암·난치암 환자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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