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醫 의대증원 조건부 찬성…필수의료-피안성 차별 없애야

의료제도, 잠실에서 나룻배 타던 시절 그대로…개혁 필요한 때
"정부 안일한 미봉책만 남발…제발 심각한 인식 가져달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9-11 06:03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외과의사회가 의대 정원 확대에 조건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원은 무너지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목적인 만큼, 확대된 정원이 필수의료와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을 동등한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의료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과의사회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40여 년을 이어온 의료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지난 1977년 의료보험을 시작으로 본다면 46년, 1988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작으로 보면 35년이 지나며 문제는 누적됐지만 해결 없이 땜질만 이어오며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세라 외과의사회장은 "잠실나루에서 나룻배 타고 다니던 시절 제도를 갖고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고 하니 필수의료 하는 사람들은 점점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과 입장에서 대표적 예로는 맹장 수술을 들었다. 

외과의사는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라도 발생하거나 실수하면 억 단위 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지만 의사가 받는 돈은 9만 원에 불과하다.

위험도나 책임질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만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비응급이나 비필수, 미용성형 등 분야와 경제적 차별은 크다는 것.

의사가 판단을 지연하거나 전문가로서 환자를 위한 선택을 했음에도 배상하게 하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판결도 이어지는 현상은 젊은 의사가 필수의료를 외면하는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MZ 세대 의사들은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는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 젊은 의사에게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전공하라는 권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의대정원 확대에도 조건부 동의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다만 의료제도에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원을 확대해도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 교육을 통해 배출한 전문의가 각 분야에서 적절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이나, 정부는 안일한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며 "제발 심각한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제도가 40여 년을 거치는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사회 문화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변했다. 우리나라에 맞는 의료제도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필수의료를 하는 의료진이 비응급, 비필수, 미용성형 등을 하는 의사에 비해 차별 받는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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