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술리프', 급여로 안심했더니 이번엔 적응증 대비 '기준' 축소?

10년 이상 늦게 식약처 허가‥하지만 허가 적응증보다 급여기준 대폭 축소
17세 이하 소아청소년, 1차 치료, 글리벡 외 사용자는 급여 제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03 11:4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만성골수성백혈병 2세대 표적치료제 '보술리프(보수티닙)'가 오랜 기다림 끝에 1월부터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적응증에 비해 대폭 축소된 건강보험 급여기준으로 한국백혈병환우회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술리프는 연간 약 2484만 원 비급여 약제비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보술리프의 급여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암환자 산정특례 5%가 적용돼 연간 약 124만 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보술리프의 건강보험 상한액은 100mg은 2만3552원, 400mg은 6만2526원, 500mg은 7만655원이다.

보술리프는 특히 심장 및 혈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인자를 보이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보술리프는 주사제가 아닌 음식물과 함께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이며, 권장 용량은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일 1회 400mg, '이전요법에 내성 또는 불내약성을 보이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일 1회 500mg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최초의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이매티닙)'이 2001년 5월 15일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해당 환자의 약 80%가 5년 이상 장기 생존하게 됐다.

1세대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에 이어 2007년 1월부터 2세대 표적치료제로 '스프라이셀(다사티닙)', '타시그나(닐로티닙)', '슈펙트(라도티닙)'가 순차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덕분에 1세대 표적치료제 글리벡 치료에 실패해도 2세대 표적치료제들을 사용하면 환자의 약 90%가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게 됐다. 

T315I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한 환자의 치료에는 특화된 3세대 표적치료제 '아이클루시그(포나티닙)'가 2017년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2018년 4월부터 건강보험 등재도 됐다.

여기에 4세대 표적치료제 '셈블릭스(애시미닙)'도 2022년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2023년 7월부터 건강보험 등재된 상태다.

보술리프의 경우, 2023년 1월 12일 '새로 진단된 만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과 이전요법에 내성 또는 불내약성을 보이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를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보술리프는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와 같은 2세대 표적치료제로 미국 FDA에서는 2012년 9월 4일 승인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10년 이상 늦게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술리프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이다.

보술리프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이매티닙이 포함된 선행요법'에 저항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에 해당되는 18세 이상의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투여단계 2차 이상'으로 설정됐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적응증보다 대폭 축소된 셈이다.

연령도 18세 이상 성인으로 축소돼 17세 이하 소아청소년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식약처 허가 적응증에는 포함돼 있는 '새로 진단된 만성기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도 대상에서 제외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선행요법의 범위도 1차 치료제 글리벡으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동일하게 1차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되고 건강보험 등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사용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백혈병환우회는 신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치료 성적이나 부작용 관리에 있어서 이 중 어떤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보술리프의 급여기준이 과도하게 축소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환우회는 "관련 학회도 보술리프는 심장 및 혈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인자를 보이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1차 치료제로 보술리프를 사용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제약사인 화이자와 정부는 신속하게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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