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국회가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를 열어 의정갈등 개입을 본격화했지만, 13시간에 걸친 논의에도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으로 마무리했다. 국회 공론화특위를 통한 해법 모색 제안도 정부는 에둘러 거절, 의정 모두에 양보를 촉구한 환자단체 목소리는 공허하게 남은 모양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열어 의정갈등 해법을 모색했다.
◆의대 증원 필수 여야 정부 질책-비호 입장차
이날 야당은 의대정원 증원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 근거와 과정, 해법 등을 질책했고, 여당은 비호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정원 증원은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은 마구잡이식 일방통행 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숙의를 거쳐 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의대정원 증원을 내부에서 결정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뒤 확정한 밀실행정이 의정갈등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한번에 지나친 규모 증원을 강행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20년에 걸쳐 연 5% 수준 증원을 하는 반면 정부는 3000명 수준에서 2000명을 늘리는 유례 없는 비과학적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여당은 정부 비호에 치중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이라는 대과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같은 당 안상훈 의원 역시 이전 문재인 정부보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의대 증원이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금의 의료공백은 의사 파업을 마주한 후 증원을 백지화하느냐 뚜벅뚜벅 가느냐의 차이라고 본다"며 "윤석열 정부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에 현장 중심 귀납적 조사까지 마쳐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제대로 했다는 점은 더 적극 홍보해 달라"고 말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신규 간호사 교육도 없이 PA 투입
여야가 정부 질책과 비호를 반복하는 가운데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30년차 대학병원 간호사인 송금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비상진료체계에 따른 무리한 PA 간호사 투입 문제를 토로했다. 송 부위원장에 따르면 의정갈등 이후 전국 수련병원 47곳 가운데 43곳에서 PA 증원이 일어났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PA 간호사로서 업무역량이 충분한 간호사가 아닌 신규 간호사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PA로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송 부위원장은 "심각한 것은 경력이 있어 숙련도가 높은 간호사가 아니라 1년 미만 신규 간호사가 교육훈련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배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환자 단체에서 알면 굉장히 놀랄 사태"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의대정원 확대도 반대도 환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와중에 환자는 죽어가고 있다"며 "전공의가 떠나며 발생한 의료공백이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남은 의사 선생님이 책임져야 한다. 환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정부 정책 반대에 환자 피해와 불안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정부도 환자 피해를 수수방관하는 건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나절에 걸친 문제 지적과 질타가 이어졌음에도 정부나 의료계는 결론적으론 한발도 물러서지 않아 입장차만 수차례 재확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의협 3대 요구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2025년도 의대정원 논의는 이미 어려운 시점이라고 못박았다. 조 장관은 "2025년도는 이미 확정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준비하고 계시니 사실상 어렵다"며 "2026년도는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갖고 오면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2035년 목표가 2036년 달성되는 것과 올해부터 무너져 릴레이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냐 따져 묻기도 했다. 2035년 의료인력 부족 우려로 인해 2025년 의대정원 재논의는 고수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꼬집은 것. 조 장관은 양자택일을 할 문제가 아니라며 맞섰다.
이에 반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3대 요구안은 기본 중에 기본 요구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의협 3대 요구안조차 전공의 7대 요구안에 비해 후퇴했다고 지적하는 만큼 3대 요구안을 수용해도 복귀를 확언할 수 없다는 것. 임 회장은 "3대 요구안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정부가 받아들여도 전공의가 돌아올까 말까"라며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 의료, 그중에서도 필수의료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국회 공론화위원회 제안, 정부 "의개특위 힘 실어달라" 거절
야당은 정부 의대정원 증원이 졸속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의료현장 정상화와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론화위원회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도 정부도 거절하며 각자 입장을 고수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 졸속 증원안 문제 많다. 그러나 더 이상 강대강 대치보다는 의료현장 정상화와 대안 모색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 독선이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국회 복지위에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대안을 논의하고 권고안을 국회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수용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전제로 의료계는 집단휴진, 사직을 중단하고 정부는 전공의 노동환경 개선 약속을 지켜 의료현장을 정상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임현택 의협 회장은 나치 괴벨스도 92% 국민 지지를 얻었지만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주장하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고, 조규홍 장관 역시 의료개혁특위에 힘을 실어달라며 에둘러 거절했다.
결국 청문회는 결론 없이 마무리됐고, 복지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선우 의원은 정부와 의료계를 동시에 질타하며 야당은 공론화특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때처럼 의사를 피의자처럼 다루면 머리 숙이고 들어오겠지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아니지 않나. 의대 증원 처음 추진해 보나. 국민 생명과 건강 소중하지 않나"라며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 임현택 회장은 이 투쟁을 즐기는 사람 같다. 전쟁광이냐. 의료계도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목숨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들 많지만 다 자기 목숨 걸고 싸운다. 다른 사람 목숨 갖고 협박하지 않는다"면서 "투명성과 개방성 갖춘 공론의 장 마련하자. 야당은 준비돼 있다. 아수라장이 된 의료현장, 이제는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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