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추계·조정 논의기구를 올해 안에 출범시킬 계획으로, 의료계가 수급추계조정시스템 활용에 동의하고 2026년 정원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경우 논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브리핑'과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6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재논의를 묻는 질문에 "의료인력 수급추계조정시스템의 구축은 기본적으로 의료 여건의 변화, 즉 고령화, 기술의 발전, 정부 정책 등의 변화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인력수급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기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 의견에 기반해 추계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추계한 후 그 추계 결과를 (의료) 인력수급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2026년 의대 정원의 경우 이미 정부가 대학 입학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단기간 내에 여건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의료계가 수급추계조정시스템 활용에 동의하고 2026년 정원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러한 추계시스템을 활용한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관련 질문에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2026년 정원은 이미 확정됐고, 이미 공표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해 준다면, 또 수급추계기구에 참여해 준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혹인했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조정 논의기구 구조에 대해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수급추계전문위원회와 직종별 자문위원회, 의사결정기구 이렇게 3단계 구조다. 수급추계전문위원회는 전문가들이다. 통계학, 경제학 등의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공급자단체나 의료계에서 추천을 받아서 추계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직종별 자문위원회는 해당 직종의 직역단체 그리고 직역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 "의료계에서 추천받은 인물들이 과반수 이상 참석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9월 중에는 전문가 추천을 요청할 예정이며, 직역 대표들의 위원 추천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4대 과제 중심으로 재정, 법 등 추진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브리핑에서 발표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은 ▲의료인력 확충 ▲의료전달체계 및 지역의료 재건▲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보상체계 확립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4대 과제의 실천 로드맵과 이와 관련한 재정, 법 등에 추진 방향을 골자로 삼고 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차 실행방안은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과제들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근본 해법 마련의 물꼬를 텄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1차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면, ▲의료인력 확충의 경우, 수급 추계·조정 논의기구 구성을 올해 안에 출범시킬 계획으로, 출범 이후에는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에서 추계 모형과 방법을 검토하고 의사, 간호사 등 직종별 자문위원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추계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종까지 추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의료인료 확충 계획안에는 3대 전공의 수련체계 개선도 담고 있다. ① 지도 전문의 수당 신설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전공의 밀착 지도 지원 ② 전공의 연속 수련은 24시간으로, 주당 수련은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 실시 후 2031년까지 주당 수련시간 60시간까지 단계적 단축 ③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도입 및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수련 기회 제공 등이다.
▲의료전달체계 및 지역의료 재건의 경우, 크게 3가지다. ① 우선, 1차·2차·3차 의료기관 기능 확립 및 의료기관간 협력하는 상생 구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본격 시행한다. 평균 중증환자 비중을 현재 50%에서 70%까지 상향하고 일반병상은 최대 15%로 줄여 중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한다.
또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 인력 중심으로 운영한다. 전공의 비중을 종전 40%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지역 내 중증·응급 진료역량을 갖춘 종합병원을 육성하고 복합·만성질환자의 통합적 건강관리를 하는 1차 의료 시범사업을 내년 도입한다.
② 지역의료 인프라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국립대병원 등 권역 책임의료기관에 재정을 투자한다. 또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내년 1월부터 전면 혁파한다. 내년도 교수 정원은 330명 확대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1000명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권역 중추병원 육성과 교수 정원 확대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 근무에 대한 비전을 키우는 한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시범적으로 시작한다.
③ 경증환자의 지역 병·의원 이용 확대를 추진한다. 지역 의원의 통합적 건강관리 기능 강화하고, 대표 외래 경증질환을 현행 105개에서 확대, 비대면진료 제도화한다. 또 2차급 의뢰서나 중증 소견이 없는 경우에는 외래진료비 부담을 60%에서 100%로 상향한다. 다만, 비상 상황에서 우선 적용하고 이용 상황을 보아가며 단계적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보상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2028년까지 10조 원+α의 건강보험 투자 방향에서 중증·응급·소아·분만 등의 분야에 연간 1조2000억 원의 보상을 강화한다. 또 지역 내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 성과에 따른 보상을 확대하는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 방안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비급여 시장에 대한 관리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의료공급체계와 보상체계를 왜곡하는 도수치료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병행되는 급여 진료에 대한 급여 제한, 건강보험제도를 활용한 관리체계 신설 등 집중적 관리체계 구축을 검토한다고 했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경우,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으로부터 발생 경위 등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유감 표시가 수사나 재판에서 불리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해 환자-의료진 간 소통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의료사고소통지원법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을 통해 법제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환자를 조력하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해 시범운영하고 국민 옴부즈맨도 도입한다.
사망 등 중대 사건은 의료인 감정위원을 복수로 배정해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300명 규모의 감정위원 풀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더불어, 의료사고 위험도가 높은 필수진료과 전공의와 전문의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보험료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책임·종합보험 활성화 및 공제 신설·확충한다.
과도한 사법 리스크 완화 방안도 추진한다. 불필요한 소환조사, 대면수사 최소화를 위해서 의료분쟁조정절차 참여 시 감정과 조정 결과를 수사기관과 공유·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형사 특례입법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통해서 특례 적용, 요건, 범위 등에 대한 조정·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 의료 분야, 국가재정과 건강보험 양대 축으로 재정 지원
정부는 의료개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재정에 더불어 국가재정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부터 의료 분야 지원은 건강보험 의존에서 탈피해 국가재정과 건강보험을 양대 축으로 지원하고 향후 5년간 의료개혁 추진에 국가재정 10조 원, 건강보험 10조 원 등 총 20조 원 이상의 재정 집중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력 양성, 지역의료 격차 해소 등을 위해 현재 8000억 원 수준의 예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려 연 2조 원 규모의 국가 지원을 본격화한다. 이는 건강보험의 안정적 수입 확보를 위한 약 12.6조 원 수준의 국고 지원과는 별개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또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에 5년간 4조 원 이상 투자 ▲지역의료 기반 강화에 5년간 2.5조 원 이상 투자 ▲필수의료 기능 강화에 5년간 2조 원 이상 투자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금도 최대 3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10배 인상, 필수의료 전공의·전문의 대상 의료사고배상 보험료 지원도 50억 원 규모로 시작한다. 아울러, ▲진료-연구 선순환을 위해 5년간 1.5조원 규모의 필수의료 R&D 지원하며, 지역 국립대병원에 110억원을 R&D로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역필수의사제 등 개혁의 단초가 되는 사업들은 효과 검증 등을 거쳐 늘려 나가겠다. 이를 뒷받침할 필수의료특별회계, 지역의료발전기금 등 별도 재정 지원체계도 관련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격차해소 지원법의 연내 입법을 적극 지원하고 국립대병원설치법 등 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수가 구조도 개편한다. 첫 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해 두경부암, 소화기암 등 생명과 직결된 1000여 개의 중증수술과 마취 등 수술에 꼭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인상한다. 3000여 개의 저보상된 전체 의료행위를 원가 수준으로 인상하는 수가 전면 조정안을 내년까지 마련하고, 2027년까지 보상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 병상 감축과 비중증진료 감소 등으로 인한 병원 부담 증가를 고려해 중증 중심 수가 인상에 연간 약 3조 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수술 위험도, 인력의 숙련도, 응급 진료대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4대 공공정책수가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 운영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차 실행행계획에 이어) 2차, 3차 실행계획이 올 연말 그리고 내년 상반기 중에 나올 것이다. 1차 실행계획에서 일부 확정 단계로 들어가서 논의가 된 것도 있지만 추가적인 의견 수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경우 실행 단계로 바로 들어가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그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견을 듣고, 모니터링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과제들은 그때그때 보완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보상, 의료사고 등 의료계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관해 의료개혁특위 및 특위 밖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달라. 앞으로 실행 과정에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