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연수교육 나비효과…가정의학과 정체성 영향

[인터뷰]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초창기 진로, 내시경 여부로 검진·만성병-비급여 진료 갈려
작은 구멍에 기울어지는 운동장…해결 없다면 행정소송 불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0-22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를 마치고 어느 쪽에서 경험을 쌓느냐에 따라 의사로서 인생이 달라져요. 후배들도 시작은 가정의학과였는데 환경이 안 되니 자꾸 피부·미용, 비만, 통증으로 빠지는 거에요. 안타깝죠."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검진기관평가 내시경 연수교육 인정이 갖는 의미를 가정의학과 정체성과 연계해 설명했다.

최근 가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외과의사회는 내시경 연수교육 내과 관련 학회 독점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검진기관 평가에서 내시경 인증의 자격이나 연수교육 평점은 인력 평가 가산점이 부여되지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나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에서 시행하는 자격과 교육만 인정돼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강 회장은 내시경 연수교육 인정 여부는 불합리를 넘어 가정의학과 정체성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일차의료 주치의 개념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길을 갈 것인지,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할 것인지 진로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바로 개원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봉직의로 경험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내시경과 초음파 활용이 가능할 경우 관련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검진센터 등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되는 반면, 불가능하다면 비급여 진료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에 쌓는 경험은 역량이 되는 만큼 향후 개원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진은 가정의학과가 표방하는 전인적 치료, 소위 주치의로서 만성병을 다루기 위한 '기본값'이다. 검진을 매개로 만성병 진단이 이뤄지고, 관리로 연결돼 일차의료 주치의 역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검진 규모가 커지는 점도 영향을 더하고 있다. 반면 이 역량을 키우지 못할 경우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주 역량을 살리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일차의료에서 소위 주치의를 하게 되면 대부분 만성병을 관리해야 한다. 피부나 미용, 통증 등도 차지하는 포션이 있지만 결국 주치의로서 메인은 만성병"이라며 "처음에 어느 쪽으로 빠지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학회 교육을 받을 때 검진기관 인력 평가 가산점을 받는 학회에 가서 받게 된다. 결국 내시경 연수교육 인정 여부는 전공의 단계에서부터 가정의학과와 멀어지게 만드는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처럼 후배들과 과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만큼, 내년 시작되는 5주기 평가에서도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미반영 대응은 가정의학회는 물론 외과의사회와도 공감대를 형성 중이란 설명이다.

강 회장은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전공의 선생님들도 시작은 가정의학과였는데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니 다른 쪽으로 빠진다. 교육과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정체성에 맞는 방향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며 "내시경 연수교육은 여기서 작은 구멍이지만, 그로 인해 운동장은 점점 기울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결과를 기다려 보겠지만, 이번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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