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 구조전환, 진료협력 통한 상생 '환영'…전문의 수급은?

22일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토론회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부족에 지역 의사 빼내, 밑장 빼서 돌려막기"
복지부 "진료 협력은 상종 구조전환 성공을 위한 지렛대 될 것"
환단연 "패스트트랙이 작동하는 진료협력체계, 네트워크 조성되길"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인력 재배치와 유휴 인력 재교육 필요성 피력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0-23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중증환자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위해 의료기관간 진료협력체계를 얼마나 제대로 확립하느냐가 사업 성공의 '키'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의료대란 상황에서 부족한 전문의 수급의 어려움으로 지방병원에 전문의를 빼내오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고, 본 사업이 안착하지 못한 채 좌초될 경우 투입된 인력, 시설 등을 병원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진행하는 시범 사업을 통해 의료이용자, 의료공급자가 다 같이 팀으로 함께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명옥 인하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경영에 참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 사업에 기대와 걱정이 함께 든다.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환자실 수가 인상과 2-4인실 입원료 지원은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이다. 특히 제일 많이 기대하는 것은 진료 협력체계로, 지역 완결형으로 완성된다면, 이번 의료 개혁이 칭찬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병원들은 그동안 경쟁 관계였지, 상생 관계는 아니었다. 진료 협력 관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될 수 있느냐, 이것이 ‘키’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할 전문의가 필요한데 중증 진료할 전문의는 한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 병원에서 전문의를 빼내오고 있다. 그러지 못하면 병원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밑장 빼서 돌려막기 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는 게 정말 성공적으로 될 것인가"라며 우려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과거의 DRG(Diagnosis Related Group)-A가 아닌 '적합질환'이라는 새로운 중증환자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어떻게 보면 중증도 A로는 50% 이상을 못 채우니까 적합질환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해서 70%를 만들었다. 그런데 급하게 만들다보니 굉장히 불안정하다. 또 적합질환자를 채우기 위한 꼼수도 나올 수 있다. 병원별로 이런 부분들이 잠깐은 통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적합질환에 대한 부분은 실질적인 논의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학회들마다의 헤게모니에 따라서 특정 과는 질환 90%가 중증도 A인 것에 반해, 뇌졸중, 뇌성마비, 패혈증과 같은 누구나 중증이라고 알고 있는 질환을 중증도 B로 묶는 모순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3년간 10조원이라는 굉장히 큰 금액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3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시범사업으로만 그칠 경우, 어떤 보완책이 있는가. 병원마다 중환자실 새로 짓고 5인실 6인실 철거하고 지금 2인실, 4인실 만들려고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공사비도 엄청 들었는데 나중에 시범사업 끝나고 돈 없으니까 안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이에 대해서 복지부가 심사숙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도 의료기관간 협력체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밝히면서, 상종의 중환자 중심 구조전환시 기존 인력의 재배치와 유휴 인력의 재교육 필요성을 피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 상종 구조전환시범 사업에서 진료 협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안 대표는 "중증환자가 상종에서 치료 후 지역의 2차 병원에 가고, 질병의 재발이나 상황발생 시에는 신속하게 원래 치료를 받았던 상종으로 갈 수 있는 패스트트랙이 작동하는 진료협력체계,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진다면 여러 병원이 아니고 하나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의료기관간 협력 네트워크,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후 평가에서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줄 때 패스트트랙에 대한 내용들을 좀 강조해 주길 요청했다.
토론회 패널들의 발언을 들은 유정인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다른 이름은 의료 전달 체계의 정상화다. 앞으로 3년의 시범사업에서 함께 보완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정부가 탑다운방식으로 이끌 수 있는 구조는 지났다고 본다. 정부, 의료 공급자, 의료이용자가 다 같이 팀처럼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상종 구조전환 사업의 핵심 중 하나를 '중증도' 비중의 상향"이라며 "중증도가 70% 도달 가능한 병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병원에서는 갑자기 중증도 조정이 되면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많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이에 실제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지 벤치마크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리고 있다. 내달 중에는 정확한 지표를 안내하려고 한다. 적합 질환을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관의 노력과 그 안에서 생길 어떤 균형의 조정이 불균형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보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정인 과장은 "진료 협력은 상종 구조전환의 성공을 위한 지렛대가 될 것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료협력은 단순히 환자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환자를 잘 보기 위해서 협력하는 구조, 그 안에서 환자의 만족도, 진료 협력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로 가져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 안에는 수단적으로 시스템이 연계돼야 하고, 실제 환자를 의뢰해서 받고, 진료의 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며, 환자가 다른 소속 병원으로 잘 전환됐는지 관리할 수 있는 인력들을 보강하는 노력을 했을 때 보상을 좀 강화하면서 그 결과 지표들이 좋아지는 지원 체계로 가겠다. 그동안에는 진료량 중심으로 갔다면, 이제는 '질'로 가는 큰 변화"라며 방점을 찍었다.

한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올해 10월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신청을 희망하는 모든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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