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비만치료제' 문제 지적 빗발…정부 "대책 마련할 것"

임상 근거 불명확한 비만 보조요법 성행…문제 해결 촉구
"비만치료제 급여↑ 필요성 공감…비용 효과성 논의 필요"
"비대면 진료, 악용 소지 다분…비만치료제 과다처방 있어"
"비만치료제 처방까지 21초 걸려…의약품 오남용 막아야"
"비만치료제에 대한 부적절한 접근, 제도적인 차단 필요"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4-10-24 05:58

(사진 왼쪽부터) 박희승·장종태·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종합감사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를 언급하며, 정부가 관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 비만치료제 급여 확대 필요성 공감…정부 부처 간 비만 기준 통일 기대

이날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간 협의로 비만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현재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 수술 등 극히 제한적으로 (비만치료제) 요양급여가 인정되고 있다"면서 "이에 임상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다양한 비만 보조요법이 성행하는 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아가 마약류, 식욕억제제 등 비만 보조제가 허가 사항 및 권고 사용 기준을 초과해 장기간 복합 처방 또는 청소년에 대한 처방 등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만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될 경우, 비만 수술이나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에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비만치료제 급여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전면적 확대는 보다 조금 더 비용 효과성 등을 포함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의원과 조 장관은 정부 부처 간 비만 기준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의원은 "정부 부처에서 비만 관련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각 사업 목표가 서로 다르고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비만 기준이 정부 부처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동의한다"며, 비만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 지적…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검토

이날 국감에서 장종태·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비만치료제 처방을 문제 삼았다. 장 의원은 비대면 진료에서 비급여 의약품 처방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을 설명하며, 비만치료제를 사례로 들었다.

이날 장 의원은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약사 1142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처방 현황을 조사하니, 비급여 처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0%에 달했다"면서 "실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처방전 받기가 손쉬워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비만치료제의 경우 처방받을 수 있는 조건이 명확하고 위험성이 계속 알려지고 있는데도 지금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에서는 처방을 필터링하고 불법을 잡아낼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의사들이 (비만치료제를) 과도하게 처방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작년에 특정 비만치료제를 4781회 처방받아 결국 법원에서 유죄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의원실에서 직접 비만치료제 처방 과정을 확인했다며, 해당 의약품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닥터나우 어플에서 다이어트 증상을 선택하면, 어떤 약을 처방받을지 선택하는 창이 뜨고, 약품명이 명시되진 않지만 하루 1회 투여하는 혹은 주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가 뜬다"면서 "이후 주민등록번호와 사전 문진을 위한 증상을 입력하면 진료 예약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 예약 시간이 되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진료가 시작되는데, 본인 확인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총 21초"라며 "본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본적인 환자의 상태도 물어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비만치료제를) 너무나 쉽게 비대면 진료로 구할 수 있기에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비대면 진료 처방 불가 의약품으로 빨리 지정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따져 물었다.

조 장관은 "(비만치료제를) 과잉하는 게 문제"라며 "식약처와 협의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및 관리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주영 의원은 비만이 건강 보다 미용이나 문화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홍보 수준이 아니라 부적절한 접근 자체를 제도적으로 어렵게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국감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온 이유는 비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만치료제를 구입한 경우가 있어서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정상 체중 혹은 저체중인데 비대면 진료로 (비만치료제를) 구매하고 남용한 사례가 이미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항목을 추가하는 데 있어 좀 더 예민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사회문화적으로 (비만치료제가) 남용 우려가 타국에 비해 매우 높다면, 여기에 대한 제도적인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비대면 진료 관련해 비만치료제 과대 광고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의료기관 등) 40개소에 보냈다"면서 "비대면 진료에 포함 여부는 복지부 소관이기에, 복지부와 좀 더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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