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예산도 밀어붙이기식…곳곳 불확실성 우려

전임교수 증원 실효성 우려…현장도 "신규 채용 요원" 전망
전공의 복귀 불투명한데 수련환경 혁신에 3000억 편성
필수의료 보험료 지원은 법적 근거 없는데 예산부터 편성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1-01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지만 정작 내년도 의료개혁 예산에 대해선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내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는 연관 위원회마다 의료개혁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먼저 교육위원회의 경우 의대 증원에 따른 전임교수 확보 계획 관련 실효성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과 함께 교육 질 향상을 위해 2027년까지 국립의대 전임교수 1000명 증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330명, 400명, 270명을 증원한다. 내년 예산으로는 260억원이 편성됐다.

이에 대해 교육위는 신규 교수 유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9개 국립의대가 동시에 채용을 진행할 경우 기존 기금교수나 임상교수가 전임교수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지난 2월 2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기금교수나 임상교수 중 상당수가 정교수가 되는 것이고, 기금·임상교수 자리는 후배들에게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박 차관 언급대로 '후배들에게 기금·임상교수 길이 열릴지'다. 현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긴 기금·임상교수 자리를 채우기 요원한 것은 물론, 기존 교수진도 의료공백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어 오히려 공백 가속화 우려가 더 크다는 시각이다.

지방 국립의대 A 교수는 31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신규 전임교원 1000명이 느는 게 아니라 기존 인원에서 채워지는 것"이라며 "문제는 의대 교수 채용엔 SCI 논문도 필요하고 복잡한 요소가 많다. 문턱을 낮춘다고는 하지만 개원의나 봉직의가 파고 들어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지방 국립대는 4~5년 내 붕괴될 것 같다"며 "이미 힘들어하는 교수님들이 많다. 내년 전반기만 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사업 실현가능성부터 무리한 예산편성까지 곳곳에서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에 3089억16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8개 필수과목 전공의·인턴 수련병원 지도전문의 수당, 전공의 파견 수당, 술기교육 지원 및 수련병원 수련환경 인프라 개선 지원 강화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예산처는 의정갈등으로 전공의 복귀가 불확실해 사업 계획 추진가능성이나 예산 규모 적정성 검토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수련비용 지원 수당을 연간 지급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의정갈등 해소 여부 및 해결 시점에 따라 지급 가능한 기간이 변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예산처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영향으로 전공의 복귀 및 수련 참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산안이 편성된 상황"이라며 "2025년도 예산안 심의과정 중 사업 예산 규모 및 집행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내년 신규 편성된 필수의료 보험료 지원 사업 예산은 의료개혁 4대 과제 가운데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일환이다. 정부는 의료사고특례법 도입 전제인 충분한 피해보상을 위해 모든 의사나 의료기관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 50억2500만원은 ▲필수의료 전공의 ▲병원급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분만을 수행하는 의원급 산부인과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한 보험료 30% 정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문제는 책임보험·공제 가입 의무화와 보험료 국가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발의 예정인 상황이다.

예산처는 "관련 법적 근거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을 편성한 문제가 있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 관련 규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향후 법령 개정 논의사항을 고려해 예산안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개혁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불확실성 확대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2026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고, 예산처 '2024~2033 NABO 중기재정전망'의 경우 건강보험 당기수지 2026년 적자 전환, 누적 준비금 2031년 소진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개혁 추진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며,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정갈등 봉합에는 7개월간 2조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적자 전환과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예산처는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 투자 확대도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고려, 법정 지원율을 준수하도록 지원금 예산 편성 방안을 검토하고 안정적 재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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