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강경 기조를 확인했다.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협의를 믿을 수 있게 하는 신뢰 회복 조치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대화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 구성과 입장, 운영방향을 설명했다.
비대위는 위원 15명과 자문위원 6명으로 이뤄진다.
위원으로는 ▲의협 대의원회 나상연·한미애 부의장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과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 김현아 부회장, 배장환 고문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및 대전협 비대위 2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추천 3인 등이 참석한다.
자문위원으로는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이재홍 프리드먼 연구원장 ▲장효곤 이노무브 대표 ▲김연희 법무법인 의성 대표 변호사 ▲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쟁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강경한 기조는 분명히 했다.
먼저 이번 사태가 악화된 과정을 되돌아보면 정부 신뢰 회복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부터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포함된 사실과 다른 발언을 되짚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의협과 19차례 협의했다'거나 '의대 증원 관련 통계와 연구를 모두 검토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도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선 의대 증원 규모는 논의된 바 없고, 의대 증원 집행정지 소송 결정문에서도 2000명 숫자는 증원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의사인력 추계 역시 어떤 가정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공급과잉을 추정한 최근 연구인 2020년 오영인 박사 연구, 2018년 버클리대학 쉐플러 교수 연구 등은 배제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처럼 사실과 다른 보고로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게 만들고, 의협은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는 불통집단으로 만든 관계자에 합당한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여야의정협의체 등 대화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협의라는 알리바이를 만든 의료현안협의체 사례에 대해 정부는 사과도 하지 않은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정부를 믿으라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 말하기도 하지만,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란 믿음을 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설정한 대정부 요구도 기존 전공의 요구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능이 치러진 시점에서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문제에 대해 비대위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찬성할 문제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미 늦어 협의든 합의든 의대 교육 파행과 10년 후유증 지속 가능성이 높다. 어쩔 수 없으니 합의한다면 책임은 누가 지게 되나"라며 "정권은 2~3년이면 물러나겠지만, 현장에 남을 학생과 교수들은 계속 고통을 겪는다.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찬성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의정 대화를 위해선 의료개혁을 밀어붙인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애당초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근거를 알리면, 의료계는 입장과 근거를 답하고, 합의가 어렵다면 제3의 전문가 객관적 판단을 구하며 해결책을 모색해 가면 되는 일이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상식적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화를 원한다면 의료부문에 장착한 갖가지 시한폭탄을 멈추기 바란다"며 "윤 대통령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해 주고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 주면 사태 해결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비대위는 의료농단에 지속적으로 저항·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 모두게에 불행한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