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가 돼도 문제‥'혈우병 A', 불충분한 용량과 깐깐한 기준으로 고충

급여 용량이 예방요법을 위한 허가 사항에 못 미쳐‥출혈 예방에 충분하지 않아
헴리브라도 비항체 환자에게 급여 확대됐으나, 까다로운 기준으로 소극적 처방 이어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24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혈우병 A 환자들은 말한다. 치료제의 급여가 돼도 문제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혈우병 A 치료제 급여 기준은 불충분한 용량으로 한정돼 있으며, 깐깐한 기준으로 인해 병원에서도 소심한 처방을 하게 만들었다.

혈우병 치료는 혈중 응고인자 수준을 목표치 이상(1%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출혈 위험을 줄이는 일상적 '예방요법(prophylaxis)'과 출혈 시 지혈을 위해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이 있다.

이 중 주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은 중증 혈우병 환자를 중등도 환자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혈우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관절병증과 자연출혈을 예방한다.

국내 혈우병 A 치료 시장에는 표준반감기 응고인자 제제와, 반감기 연장 응고인자 제제가 시판돼 사용되고 있다.

이 약제들은 글로벌 임상을 통해 반감기에 따라 주 2-4회 정맥 투여해, 효과적으로 예방요법 치료를 시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8인자 제제 예방요법에 대한 국내 급여는 제한적이다. 외래 환자 치료 시 적용되고 있는 급여 용량이 예방요법을 위한 허가 사항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07년에 허가된 한국다케다제약의 표준반감기 응고인자 제제 '애드베이트주'는 중증 혈우병 A 환자들의 장기적 출혈 예방을 위해 체중 1kg당 20~40IU의 제 8인자를 격일 간격으로 1주에 3-4회 투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애드베이트주는 외래 환자에서 1회 내원 시 최대 5회분(중증 환자는 6회분)까지, 매 4주 총 10회분(중증 환자는 12회분)까지 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급여 적용되는 1회 투여용량(1회분)은 20-25IU/kg다. 증등도(moderate) 이상 출혈 환자에서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최대 30IU/kg까지 급여가 된다.

의사들은 이 기준이 출혈 예방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018년에 허가된 반감기 응고인자 연장 제제 '애디노베이트주'의 경우도 비슷했다. 애디노베이트는 표준반감기 제제 대비 같은 용량을 투여하면 더 긴 출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현 급여 기준이 허가 사항을 따라가지 못했다.

애디노베이트주를 일상적 예방요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에서 체중 1kg당 40-50IU를 주 2회 투여해야 한다. 12세 미만 소아의 경우 체중 1kg당 55IU를 주 2회 투여하고, 체중 1kg당 최대 70IU까지 투여할 수 있다.

하지만 급여 기준에 의하면 애디노베이트는 1회 투여용량(1회분)이 20-25IU/kg이며, 증등도 이상 출혈 환자에서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최대 30IU/kg까지다. 이는 허가 용량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5월부터 급여가 확대된 JW중외제약의 '헴리브라(에미시주맙)'도 비슷한 문제에 놓여 있다.

헴리브라는 지난 2019년 항체 보유 혈우병 A 환자 또는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중증 혈우병 A 환자의 예방요법 약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헴리브라는 1~4주마다 1회 피하주사 투여를 할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 비응고인자(non-factor) 약제다.

이전까지 헴리브라는 오직 항체를 보유한 혈우병 A 환자에게만 급여 투여가 가능했으나, 5월부터는 비항체 환자를 대상으로도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급여 기준이 문제였다.

이번에 급여가 확대된 대상은 만 1세 이상 비항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다.

비항체 환자 급여 기준의 경우 ▲중추신경계, 기도 및 폐출혈 등 입원을 동반한 중증출혈 병력이 확인된 환자로 ▲24주 이상 지속적으로 8인자 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 중 최소 20 노출일(Exposure Day: ED) 이상 달성하면서 추가적인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추가 조건으로는 ▲최근 24주간 진료기록에 확인된 출혈 건수가 6회 이상(만 12세 미만은 최근 24주간 출혈 건수 3회 이상)인 경우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현재 단순 엑스선 상 확인되고 진행성인 경우 ▲관절초음파 혹은 MRI 상 확인되고, 기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소견서 첨부) 소아의 만성 활액막염 세 가지다.

이를 충족하더라도 ▲1년 이상 혈우병 진료 실적이 있는 혈액종양 소아청소년과/혈액종양 내과 전문의 ▲5년 이상 혈우병 진료 실적이 있는 소아정소년과/내과 전문의가 처방해야만 한다. 타 혈우병 약제와는 달리 혈우병 진료 경험과 관계 없이 소아청소년과/혈액종양내과로 진료과의 제한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헴리브라는 출혈 등으로 인해 이미 신체에 문제가 생긴 비항체 환자에게 급여가 가능하며, 특히 소아에 대해서는 급여에 큰 제한이 있다.

실제로 까다로운 기준으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확실한 케이스만 헴리브라 급여 처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서 급여 처방을 했다가 심평원의 심사에서 탈락하면, 병원이 고스란히 약값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병원은 환자가 급여 기준을 충족할 것 같지 않으면 보수적으로 비급여 처방을 하고 있다고.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도 한국코헴회의 관계자, 혈우병 환자와 가족들과 간담회를 통해 해당 이슈를 경청했다.

이들은 헴리브라 요양급여기준 추가 개정으로 급여대상자가 확대됐음에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약제를 처방받기 어렵다는 고충과 애로사항 등을 논의했다.

2021년 권익위는 '혈우병 소아 환자들이 장기간 고통스러운 정맥주사 치료를 먼저 받지 않더라도, 헴리브라 투여 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해달라'는 고충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만 12세 미만 중증 A형 혈우병 항체 환자에 대한 헴리브라 요양급여기준을 재검토할 것'을 의견 표명 했으며, 이에 따라 헴리브라 요양급여기준이 개정됐다.

권익위는 이번에도 간담회를 통해 논의된 사항에 대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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