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매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한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간 환산지수 계약 체결 결과에 따른 실제 수가인상률을 살펴보면 2% 내외로, 연구용역 결과와 상반되거나 인상률이 더 크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환산지수는 행위료 진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뿐만 아니라 모형에서 반영하지 않는 정책적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참고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수가협상은 실질적인 진료비 통제의 기전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용 가능한 재원 수준에 따라 밴드의 크기가 사전에 결정되므로 가입자, 공급자 등 이해관계자 집단에서 법률 개정을 수반한 현행 수가 계약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
또한 연구용역의 결과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 결과에서 제시된 유형별 순위와 격차만 반영돼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년도 환산지수 연구' 보고서에서도 수가협상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는 내용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7년 환산지수 도입 초기에는 의료행위에 투입된 의료원가를 보존하고, 의료기관의 전체 수익 및 비용을 고려해 경영수지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원가 중심의 지불구조가 성립됨에 따라 원가 개념에 대한 이해의 대립이 드러났고, 대표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원가자료의 부재로 정확한 원가 산출이 어려워졌다. 결국 산출결과에 대한 보험자-가입자-공급자 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에 2008년부터 현재까지 경제성장률 및 물가지수, 가입자 수 증가 등 이해당사자(가입자, 공급자, 정부)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합의가 용이한 거시적인 지표를 활용해 인정 가능한 인상률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 정책적, 환경적 변화를 반영한 적정 보상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적정수가 산정'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환산지수 산출모형 개선'과 '환산지수 역할 재정립'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산지수 산출 시 거시지표의 시의성, 지표 값에 따른 환산지수 산출결과 값의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산출모형에 대한 신뢰도 및 적합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현 SGR 모형 산출 결과는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유형별 순위와 격차 결정에만 반영되고 있다. 유형별 진료비 규모를 결정하는 실질 인상률은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환산지수 산출결과의 실효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14년 병의원 간 종별가산율 적용 환산지수 역전 현상이 발생한 후 매년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이 병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수가 역전현상이 심화되면서 2021년 의원의 종별가산 적용 환산지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수가까지 역전했다.
현행 보상체계와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가입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시설·장비가 확충돼 있지만 수가가 높지 않은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가 보장된 의원급으로 기관 유형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불필요한 상급종합병원의 이용은 보험 재정 관점에서 비효율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기관의 종별 선택에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가 보장된 의원급으로 전환활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 위상의 하향 조정은 의료기관 종별 기능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의원-상급종합병원 수가 역전, 의원-병원 간 진찰료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목표진료비 조정 등 단기적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매년 환산지수 계약 시 적정수가의 수준에 대해 협상 과정 중 당사자 간 불필요한 소모 및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상호신뢰의 타격 탓에 매년 환산지수 계약 시 이슈가 촉발되고 있다.
공급자는 적정수가 요구를 환산지수를 통해 일괄적으로 인상하려 하지만, 적정수가 문제는 현행 환산지수의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로써 전체 수가구조 개편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적정보상체계 구축을 위해 전체 건강보험 수가결정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주장했다.
연구팀은 "현재 상대가치점수, 환산지수, 종별가산, 의료전달체계 등 관련 정책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건강보험 수가 결정 요소의 통합적 연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은 현행 수가결정체계의 개선 지점으로 '현행 수가 협상구조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재정비를 제안했다. 현행 계약 제도는 정해진 밴드 내에서 유형 간 배분을 하는 방식이므로 과정상의 불공정성이 야기될 수 있다.
목표진료비 등 '진료비 통제 기전이 미비'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 중 하나였다.
외형적으로 우리나라는 SGR 모형을 사용해 연구하고 그 결과가 도출되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모형을 통해 목표진료비가 설정되나 실제 진료비는 대부분 목표 진료비를 초과하고 있고, 어떠한 패널티도 없는 상태다. 미국은 이러한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후 SGR 모형을 폐기한 바 있다.
목표진료비 초과에 대한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목표진료비 이하로 진료비를 관리하기보다 내원일수, 내원일당 진료비에 증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상대가치 등을 연계한 '수가결정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의료기관 종별 수익(수입 및 비용) 구조의 차이를 반영해 의사 업무량과 진료비용 상대가치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전환하는 것이다.
현행 진료비용 상대가치점수는 행위유형별·비용 항목별(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변환지수를 적용하고, 의사 업무량 점수는 종별이나 행위유형에 관계 없이 주 시술자의 인건비 비율(예: 30%)을 일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기관의 종별과 상관없이 동일 행위에 동일 수가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기관은 원가 대비 수익이 높아 의료기관 쏠림 현상 및 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만든다.
주 시술자의 인건비 비율은 의료기관 종별, 행위유형별로 상이할 수 있으며 진료비용 점수 산출과정에 포함되는 변환지수도 의료기관 종별로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요양기관 종별로 빈도의 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어 연구팀은 의료기관 특수성을 반영한 '원가 정보의 근거 기반 마련'을 제시했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 정보의 활용을 통한 협상의 합리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이는 건정심 비용분석위원회 등을 통해 수가계약 유형별 원가정보 수집을 위한 패널 의료기관을 조성하고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면 된다.
연구팀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국내 진료비를 경계해 독일, 대만처럼 예상보다 진료비가 증가하면 그만큼 수가를 인하하는 기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만약 사후 모니터링 및 상응하는 대응 방안으로 연단위 총진료비 증가의 상한(Soft cap 또는 Hard cap)이 도입될 경우, 현행보다 정교한 수가 계약 모형 도입을 권고했다.
연구팀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및 절대 수의 변화, 법과 제도의 변화, 신의료기술의 도입, 물가 인상이나 소득 증가 반영 등 진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 변수를 반영해야 한다. 년 단위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고 인상된 수가 이상의 진료비 증가에는 상응하는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단위 환산지수 조정률 결정 구조의 개편(안)으로 '기본 조정률'에 의료물가지수(MEI) 인상률 등 진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거시지표 반영 모형을 설정했다. 해당 요소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인상분을 고정적 요소로 두고 반영한다.
'관리 조정률'로는 건강보험 보장률, 신의료기술의 도입에 의한 비용 증가 등의 별도 반영을 제시했다. 비급여 영역의 변화 정도를 반영하는 등 보장성 변화에 대한 단기적 기전으로 일시적인 정책적 요소의 변동을 상호협의 하에 조정할 수 있다. 관리 조정률은 단기적 정책 영향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확대하면서 기존의 개선 SGR 모형을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인 의료수급의 안정과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변화를 단계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인 수가 정책도 있다. 환산지수 조정률 결정에서 '정책 조정률'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적인 논의 기구에서 정책적 조정의 적용 여부와 주요한 반영 요소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이 기본이다.
연구팀은 "협상 요소 중심의 논의가 확대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 조정률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조정의 여지는 양자 간의 협상 내용을 중심을 결정되게 함으로써 관심과 노력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공급자 단체는 유형별 특이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논의 기회를 확대하길 원하고, 보험자는 중장기적으로 목표진료비 관리에 대한 패널티 반영 기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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