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고가약 '선치료 후심의' 필요성 대두

의료현장, aHUS 솔리리스주 승인율·기간 지적
"응급상황에선 우선 사용하고 심의하는 유연성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2-12 06:07

원용균 순천향대천안병원 교수, 양철우 내과학회장, 이수아 대전을지대병원 교수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고가 희귀의약품 사전심의 제도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료 현장 목소리가 제기됐다.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과 같이 당장 약제 적용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현장 의료진 판단을 존중, 우선 약을 사용하고 이후에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린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의료진들은 이 같은 '선치료 후심의' 제도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제 사전심의 제도는 고가 약제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 기준을 제시하고, 약제 사용에 대한 사전 심의를 거쳐 승인하는 방식으로 약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요가 적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희귀의약품이 주로 사전심의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연 치료비가 3억에서 4억5000만 원에 달하는 솔리리스주, 스핀라자주, 울토미리스주, 스트렌식주는 물론 한 회 19억8000만 원 수준인 졸겐스마 등이 해당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문제점이 부각됐다.

발제에 나선 원용균 순천향대천안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에 따르면 솔리리스 적응증 가운데 하나인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는 승인율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9~33%에 머물고 있다. 승인 후 유지 비율도 2019년 92%에서 2022년에는 80%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에 대한 솔리리스 승인율은 평균 60% 수준이며, PNH에 대한 울토미리스가 90%대, 척수성근위축증에 대한 스핀라자가 66~80%대 승인율을 보이는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원 교수는 aHUS의 경우 이미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신청하게 되는데, 치료가 시급한 상황에서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하는 특성상 급여 조건을 맞추는 데 시간이 소요돼 아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 교수는 "신청할 때 이미 중환자실에 있고 투석을 받는 상황에서 다른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증명해야 급여가 가능하다 보니 응급 심의를 해 주심에도 병원 검사가 따라가지 못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투약이 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HUS도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의료진만 신청 가능한, 상급종합병원 전문 의료진이 신청함에도 불구하고 승인율이 20%라는 것은 급여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양철우 대한내과학회장도 유연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양 회장은 "오늘 얘기가 나온 많은 불만 중 하나가 aHUS 심의 기간이 2주로 너무 길고, 생사가 오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의료현장과 심의기관과 잘 맞지 않는다는 문제"라며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판단을 우선 존중해 선치료 후진단으로 환자를 살리는 쪽으로 전향적 치료가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이어 "응급으로 신청하는 경우 2주를 참고 기다릴 수 없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 준다면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아 대전을지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도 '선치료 후심의' 제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앞서 발제를 통해 신장이식 후 환자 상태 악화로 aHUS를 진단했지만, 솔리리스 사전심의 제도를 넘지 못한 현장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제도도 좋고 정책도 좋지만 환자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며 "사전심의 제도 루트가 두 가지로 돼서 응급상황에서는 우선 사용하고 후에 심의하는 제로라든지 유연한 제도나 정책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PNH처럼 장기간 안정적 승인이 이뤄지는 약제의 경우 사후승인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 기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비하는 등 개선하는 한편, 승인율이 유독 낮은 aHUS에 대해서도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aHUS의 경우 같은 약제에서도 평균 50% 미만인 것 같은데 분명히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