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가치기반 지불제도' 두고 시각 엇갈려

오주환 교수, 행위별수가제 한계와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전환 필요성 강조
조병욱 위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문 의료 공급 제한 지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1-23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가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 1차 의료기관간 전달체계 확립을 뒷받침할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자리잡지 못하면 공유자원인 건강보험 재원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의원급에서 진행해 왔던 검사 등의 행위를 최소화시켜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는 지난 20일 제11차 회의를 열고 '가치기반 지불제도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통해 위원회는 지역 중심의 상생체계 확립과 2차 병원 육성, 일차의료 혁신 등 전달체계 구조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성과와 가치에 기반한 보상체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또 진료량·진료비 팽창 억제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22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경우, 행위에 따라 보상이 지불되기 때문에 행위량을 가속시켜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유자원인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지원비 지출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가치기반 지불제도는 총액은 늘지 않게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의료인의 수입은 침해되지 않고 낭비적인 지출을 줄여서 환자에게는 질을 더 상승시킬 수 있도록 만든 방법이다. 이 방법은 창의성이 필요하다. 협력적인 디자인도 해야 되고, 정부가 의료인의 자율성도 높게 부여해줘야 한다. 이에 실행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간 굉장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정갈등 답보상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주환 교수는 의정간 강대강 대결 구도에서는 이러한 보상체계를 시행한다고 해도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가 많아지면 건강보험재정 지출도 늘어난다. 그런데 지불보상제도 개편을 잘 하면, 의대 정원을 하나도 늘리지 않고 자연 증가분만으로도 앞으로의 고령화사회에 대응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의료계도 정부도 이런 특성을 갖는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차분하게 이해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반면,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의료비를 절감하는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1차 의료기관의 전문 의료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조병욱 미래의료포험 정책상임위원은 "가치기반 지불제도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의료 전달체계 구축과 함께 의료 공급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불 제도다.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문의료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개원가는 전문의들이 전문 진료를 하면서 내시경, 검사, 시술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도입되면 의원급에서의 검사, 시술 등의 수가를 원가 이하로 책정해 행위를 할수록 적자구조를 만들게 된다. 결국, 진료만 보는 상황으로 가게 되고 검사나 시술은 병원급으로 이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종, 2차 병원과 경쟁하지 않는 구조가 되지만 의원급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을 통해 환자가 이동하면 의료기관에 보상을 해준다. 그런데 만약 의원에서 병원으로 가도록 유도했지만 환자가 상종 응급실로 바로 가게 되면, 의료기관이 받는 보상은 깎는다. 즉 환자는 손해를 보지 않지만 의료기관은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 네트워크 내에 환자들을 잡아둘 수 있도록 강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환자도 상종으로 가기 위해서는 병원급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빅5로 가길 원하면 협력 네트워크 안에 빅5가 들어가 있는 1차 의료기관이나 병원급을 선호할 수 있다. 또 환자가 빅5에 포함돼 있지 않은 병원에서 받은 의뢰서를 가지고 빅5로 가면 의뢰서를 써준 의료기관의 보상이 깎이게 된다. 그러면 빅5가 협력하고 있는 네트워크에 소속되기 위한 의원·병원간 마케팅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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