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높은 진료엔 더 많은 보상을"‥'위험보정 모형' 국내 적용 주목

수가 개편 앞두고 '환자 건강상태' 반영한 '보상체계'관심
CMS-HCC·HHS-HCC 국내 적용‥당뇨환자 대상 설명력 20% 한계 확인
"국내 질환군 새로 설계해야"‥만성질환 중심 위험보정 우선 적용 제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01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를 의료의 질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환자의 건강상태와 질환 중증도 등을 반영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위험보정(Risk Adjustment) 모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존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료기관 간 진료비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및 복합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등 의료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량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여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거나 양질의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국들은 의료의 질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기반 지불체계(VBP: Value-Based Payment)를 도입 중이며, 그 핵심요소로 환자의 건강상태 등을 반영한 '위험보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진료비 지불체계에서 위험보정 모형 현황과 적용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환자의 질병 특성을 세분화한 '계층적 질환군(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HCC)'을 기반으로 진료비를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를 중심으로 진단 정보를 활용한 HCC 모형을 실제 진료비 산정에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간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HHS-HCC 모형도 활용되고 있다.

심평원 연구팀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공공·민간 건강보험용 질환군 모델인 CMS-HCC와 HHS-HCC를 국내 건강보험 진단체계(KCD-8)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질환 분류 기준인 ICD-10 코드를 국내 진단명(KCD-8)과 비교해 매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 모델을 적용해 예측된 진료비가 실제 진료비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살펴봤다. 2022년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모형을 만들고, 이를 2023년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모형의 설명력은 약 20%에 그쳤고, 예측값과 실제 진료비 사이의 오차도 컸다.

이번 분석에서는 성별, 연령, 보험 유형(건강보험·의료급여), 당뇨병 입원 여부, 그리고 HCC 질환군에 포함된 진단 여부 등을 위험보정 요인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위험보정 모형의 진료비 예측 설명력은 약 20%에 그쳤으며, 실제 진료비와 예측 진료비 간의 오차도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미국의 HCC 질환군은 미국의 진료비 구조와 질병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국내 의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미국 질환군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국내 맞춤형 질환군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위험보정 결과를 활용해 진료비를 직접 책정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일부 포괄수가제(DRG) 항목에서 환자 중증도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하긴 하지만, 제한된 요인에만 의존하고 있어 해외의 정교한 위험보정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많은 국가들이 인구학적 특성 외에도 건강상태를 반영한 위험보정 모형으로 예측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진료비 청구자료 기반의 건강정보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험보정 모형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급성기 치료처럼 예측이 어려운 영역보다 만성질환(당뇨병, COPD 등) 같이 의료비 지출이 예측 가능한 질환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통해 대안적 지불제도 확대와 수가구조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이를 볼 때 위험보정 모형은 향후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위한 주요 실무 도구로 부상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국내 진료비 청구자료를 분석해 진료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진단코드를 선별하고, 질환 간 상관성까지 고려한 새로운 질환군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 임상 전문가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진단코드 입력과 청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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