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주요변화평가 '원칙대로'…일선 의대 "무리" 호소

30일 의평원 '주요변화평가계획(안) 설명회' 개최
안덕선 원장 "주요변화평가 통해 '의학교육 질' 하락 우려 해소할 것"
주요변화평가지침, ASK2019 92개 중 51개 기준 선택해 초안 마련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3개월 전 11월 30일까지 접수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31 05:55

(왼쪽부터) 의평원 윤태영 의학교육인증단장, 황지영 인증제도위원장, 허정식 인증기준위원장, 박윤엽 인증관리위원장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무리한 의대증원 여파에 따라 의학교육 질 하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의평원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대교육 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방점을 뒀다.

다만, 일선 의대에서는 '주요변화평가' 기준이 기존 15개에서 51개로 늘어나 이에 맞춰 주요 변화 평가서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보다 명확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30일 의평원은 '주요변화평가계획(안) 설명회'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2월 정부 의과대학의 증원정책에 따라 정원이 2배 혹은 3배 이상 늘어난 대학들이 발생했다. 해당 대학의 교수들은 과연 제대로 된 의과대학 교육이 가능할까, 이런 우려들을 많이 표명해 줬다. 교수들뿐 아니라 의대생, 학부모, 더 나아가 일반 국민들까지 이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나 대학 총장들 등은 이번 지원에 맞춰서 대규모 인력과 시설 확충, 그리고 재정투자의 확대 등을 통해서 의학교육 질의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의학교육 선진화 대책을 통해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의학교육 질이 향상될 것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의평원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주요변화평가를 통해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

안덕선 원장은 "기존 주요변화평가지침을 보면 10% 이상 정원증원이 발생할 경우 ASK2019(Accreditation Standards of KIMEE 2019) 92개의 기준 중에서 총 15개의 기준을 이용해서 대학의 준비 상태를 파악하게 돼 있다. 하지만 기존 15개 평가 기준을 사용한 주요 변화평가지침은 2017년 서남의대 폐교에 따라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에서 편입생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정한 지침이었다"고 했다.

이에 "급격이 정원이 확대된 의과대학들이 증원된 학생에게도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의학교육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이를 통해 ASK2019의 92개 기준 중에서 51개 기준을 선택한 초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주요변화평가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행 ASK2019 기준상의 다양한 정량 지표값을 조금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의평원의 평가 자체가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이므로 정량 지표값의 무리한 변화 없이도 충분히 대학의 준비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고 잠정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평원이 마련한 초안에 설명회를 통해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조금 더 완성되고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최종안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설명회 연자로 참석한 의평원 윤태영 의학교육인증단장(경희대 명예교수)은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개요'에 대해 발표하며 "그동안 의평원 평가인증의 주요 내용은 기본 의학교육에 대한 정기평가과 중간평가를 중심으로 해왔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증원으로 인한 주요변화평가는 없었기 때문에 수십차례 회의와 간담회를 지속하면서 기본안을 만들었고, 이를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보내서 의견을 청취했다. 이를 통해 12개 의견을 받았다"며 주요변화평가 계획안을 만들기까지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12개 의견에는 각 대학들이 의평원으로부터 정기 평가, 중간 평가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30개 대학이 매년 주요평가계획서를 제출해야 되는 상황에 대해 평가 축소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또 51개 평가기준이 많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요변화와 반드시 꼭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줄여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윤태영 단장은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견들을 살펴볼 수 있지만 다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서도 "향후에 여러 가지, 과거에 코로나19 시절에 한시적인 평가기준들이 몇 개 있다. 그런 것들은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요변화평가는 의평원이 기본의학교육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평가다. 대학은 주요 교육병원의 변경, 캠퍼스 이전 또는 분할, 소유권 변경, 학생 수의 변화 등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면 사전에 주요 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주요변화계획서는 '주요변화계획서에 관한 지침'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인증단은 중간평가연구보고서와 주요변화계획서를 관련 지침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2024년도 주요변화평가 일정은 어제(30일) 2024년도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 이어 8월 안에 주요변화평가 신청 안내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의대는  주요변화평가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또 해당 의대는 주요변화계획서를 작성해서 판정 3개월 전인 11월 30일까지 접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평원은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방문평가단 구성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1월 중 결과보고서 작성 및 검토를 하게 된다. 이후 2월 판정위워회에서 판정 및 결과를 해당 대학에 통보하게 된다.

윤태영 단장은 "의평원에서는 올해 정기평가로 8개 대학, 그리고 중간평가로 15개 대학을 하게 된다. 기존에는 12월 말까지 판정까지 완료했지만 올해는 가능하면 평가단도 조금 늘리고 해서 11월 말까지 정기평가와 중간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래서 판정은 적어도 12월 첫째주나 둘째주 정도에 마무리하고, 12월부터는 주요변화평가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의평원 황지영 인증제도위원장(동국대의대)은 주요변화계획서 작성시 자체 평가 연구를 통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되는 데 작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종합기본 계획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황지영 위원장은 "종합기본계획은 영어로 하면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이다. 대규모 증원에 따른 대학의 교육여건 현황과 이의 확충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말한다. 이미 지난해에 교육부에 교육여건개선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생각되는 데 그 부분을 참고해서 작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터플랜, 즉 종합기본계획의 목적은 총 6년간 매년 실시 예정인 주요 대학평가의 연계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은 처음 계획과 달리 2차, 3차 연도로 진행하면서 수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수정이 될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2차 년도부터는 전년도 진척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요변화평가계획서 세부사항 작성시 명확한 기준 없어어려움 토로

설명회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의대 관계자들은 주요변화평가계획서 작성시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의평원에서는 각 대학별로 상황과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첫 질의자로 나선 전북의대 강경표 교무부학장은 "지금 보면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종합계획과 각 세부 분야가 있는데 종합 분야는 의과대학 자체에서 계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전북의대는 2017년 서남의대 폐교로 인해 서남의대생 편입을 받고 나서 강의동이 생기는 데까지 약 6년 걸렸다"며 "이것을 해마다 평가를 하는 것이 의과대학에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대학본부에서 작성하도록 해야 되는 것인지, 이를 좀 의평원에서 명확하게 지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 황지영 인증제도위원장은 "종합 기본계획을 6년 동안 매년 작성을 해야 된다고 말한 이유는, 예를 들면, 종합기본계획을 작성하면 하나의 계획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6년 동안 하나하나 일을 진행시켜 나가기 위한 가이드 같은 개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의평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종합계획 부분은 의과대학도 중요하지만 대학 전체 차원에서 함께 논의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실행력이 감소될 수 있다"고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장 유승민 교수는 질문을 통해 "6년 동안 주요 변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 한시적인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2천명 증원을 2025년 이후에는 다시 숫자를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얘기도 있어 왔다. 그러면 주요변화라는 게 정원이 증가되는 것만 인지, 감소하는 것도 해당되는 것인지. 대학에서 장기 평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정원이 줄기 시작한다면 시설, 교원 확보 등이 굉장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종합계획을 할 때 단순 수치로만 짤 수도 없고, 그런 것들이 감안이 되고, 고려될 수 있도록 규정을 세부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태영 의학교육인증단장은 "지금 당장 의대정원 줄 것이라는 가정, 이 외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다 가정해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순천향의대 관계자는 "아주 중요한 변화, 그리고 그런 변화에 기반해서 병원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평가의 기준을 정성적인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준비를 할 때 답답했던 부분은 의평원에서 뭔가 가이드라인, 즉 정량적인 어떤 지표에 대한 부분을 다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제시를 해주면 오히려 이게 불필요한 오해나 혹은 갈등을 아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정량적인 지표의 구체화를 요구했다.

허정식 인증기준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선 기준에 대한 부분, 정량적인 부분에 대한 예를 들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각 대학마다 캠퍼스라든지,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를 제시하게 되면, 모든 학교가 똑같이 그 부분을 따라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덕선 원장은 이에 대해 추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안 원장은 "의평원 입장에서도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사안 중에 하나다. 그래서 지금 잠정 연구 중에 있다. 어떤 식으로 좀 더 설득력 있게 대학들이 제시할 수 있는 정량 지표값의 변화, 이런 것들을 의평원이 어떻게 그 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이동근 기획연구부학장은 "8월 달에 중간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렇게 제출을 함에도 주요 변화 평가를 올해 안에 또 시행을 하게 되면, 92개 어떤 평가 기준과 51개 평가 기준이 아마 중복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된다. 1차적으로 그런 문제가 행정력 낭비가 아닌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증원이 되면 평가 인증 지표들, 시설 측면에서는 대부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 상황에서 2~3년 정도의 유예 기간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후에 그 결과로 평가를 해야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 의학교육인증단장은 "대학 입장은 정말 그럴 것 같다. 지금 교수들도 그렇게 충분치 않은 상황이고, 많은 대학들이, 특히 지방대학에서 어려운 사항이 있는데 이제 평가 업무를 두 번씩이나 해야 된다는 그것이 지난번 대학들의 의견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평가나 정기평가는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고, 주요변화 평가는 향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학교마다 사실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질문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교육부에서 9월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하고, 주요 대학들로부터 수요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아마 9월, 10월, 11월 이렇게 가면서 주요변화계획을 수립할 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학들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새롭게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한 준비는 그 나름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교육의 질을 최소한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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