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검사 세계 1위지만‥환자 방사선량 '관리 사각지대'

'저선량' 아닌 '저성능' 장비‥단채널 CT 71대 여전히 가동 중
검사 건수는 늘었지만‥불필요한 CT 판별 기준 '미비'
촬영 장비 구분 안 돼‥건보 체계선 '어떤 장비로 찍었는지'도 몰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31 11:5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환자 방사선 피폭 문제는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단순 검사량 세계 1위, 고성능 장비 도입 확대에도 불구하고 노후 장비는 여전히 사용 중이며, 방사선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특수의료장비의 적정관리 및 의료방사선의 환자보호 방안 마련' 보고서를 통해 CT 장비의 증가와 검사량 확대에 따른 고선량 노출 위험을 지적하며,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CT 설치 대수는 2340대로, 2019년보다 14% 증가했다. 같은 해 CT 검사 건수는 1467만 7526건으로 5년간 31%가 늘었다.

장비 성능별 현황을 보면 단채널 CT는 60% 줄었지만 여전히 71대가 운용 중이며, 2~16채널 장비도 185대가 남아 있다. 반면 64~256채널 CT는 836대, 256채널 이상 고성능 장비는 570대로 각각 38%, 69% 증가했다. 제조된 지 15~20년 된 장비는 399대로 45% 늘었고, 20년 이상 된 장비도 63대로 29% 증가했다.

연구팀은 "단채널 장비는 최신 고성능 장비에 비해 환자 피폭 선량이 두 배 이상 높다"며 노후 장비의 빠른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떤 장비에서 촬영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청구 체계상 장비 정보를 구분하지 않아, 노후 장비로 인한 피폭 관리도 어렵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 1인당 의료방사선 피폭량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평균 3.13mSv로, 이 중 CT가 차지하는 비중은 2.11mSv로 67%에 달했다. 일본(2.6mSv), 미국(2.3mSv)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개별 CT의 선량은 낮지만 검사 건수가 많아 전체 피폭량이 높다"며, 불필요한 검사와 재촬영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방사선에 민감한 소아에서의 피폭 증가가 두드러졌다. 2023년 소아 두부 외상 CT는 4만 6409건으로, 2019년보다 31% 증가했으며 14세 이하 연령대의 피폭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에 보고서는 급여기준에 Glasgow Coma Scale 등 임상 지표를 반영하고, 복부 CT에 앞서 초음파 검사가 우선 시행될 수 있도록 기준 정비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대유문협착증, 다낭성난소증후군처럼 CT 사용이 적절하지 않은 질환에서도 검사가 이뤄지는 사례를 언급하며, 주상병명 입력 오류나 진단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CT 수가 체계는 '조영증강 전 CT'와 '조영증강 CT' 두 가지로만 구분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조영제 투여 시점에 따라 복수의 단계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환자 피폭량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 phase CT'는 조영 전과 조영 CT를 함께 시행하고, '3 phase CT'는 여기에 동맥기·문맥기 영상이 포함되며, '4 phase CT'는 지연기까지 촬영한다. 이러한 복수 단계 CT는 문맥기 단일 CT에 비해 최대 3~4배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CT 검사를 단계별로 세분화해 수가에 반영하고, 불필요한 반복 촬영을 억제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품질관리 항목에 '임상영상 검사 시 선량 표기'를 의무화하고, 노후 장비는 검사 주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겼다. 장비 성능에 따라 영상 품질을 평가하고 등급화해 수가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비 교체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노후 디젤 차량의 조기 폐차 지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CT 장비 교체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사용되는 CT의 실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검진 목적의 CT가 정당화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피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태 조사와 함께 별도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CT 사용의 급증이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환자의 피폭 위험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당성 평가와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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