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석협회, "1차 의료 예방·조기진단 역할 확대 추진" 선언

무증상 진행되는 '침묵의 질병'‥조기 진단 없인 투석까지 직행
혈액·소변검사로 조기 진단 가능‥일차의료 중심 예방 진료 본격화
초기 치료가 투석 15년 늦춘다‥협회 "국민 인식 개선·정책 연계도 추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07 05:57

(왼쪽부터) 대한투석협회 김상욱 부회장, 임헌관 부회장, 김성남 이사장, 이중건 회장, 김화정 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투석협회가 그동안 말기 콩팥병 환자의 투석 치료에 집중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일차의료 현장에서 만성 콩팥병의 예방과 조기 진단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콩팥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이다.

대한투석협회 김성남 이사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협회는 이제 신대체요법 중심의 기존 역할을 넘어 일차의료 현장에서 예방적 진료에 보다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협회의 이러한 변화는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고비용 치료에 따른 국가 의료비 부담 경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 수는 2010년 약 5만명에서 2022년 13만명으로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발병자 수 역시 두 배 가까이 늘어 2022년 기준 1만8598명에 달했다. 말기 콩팥병은 투석이나 이식 등 고비용 치료가 불가피해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은 초기 단계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환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말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극적 개입이 필수적이며,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투석협회 김성남 이사장. 사진=박으뜸 기자
김성남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만성 콩팥병 발생 자체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말기로 진행되는 것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며 "만성 콩팥병은 '침묵의 질병'으로 불리는 만큼 초기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SGLT-2 억제제 등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 약물도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초기 치료'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김 이사장은 "말기로 진행된 후 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약물 조합과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이는 전문가의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협회는 예방 진료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건강검진 제도와 연계해 간단한 소변·혈액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활성화, 당뇨병과 고혈압 등 고위험군 환자 대상 정기 모니터링과 상담 강화, 질환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을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김상욱 부회장은 "국가건강검진만 제대로 받아도 신장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지만, 진단을 놓치면 치료가 어렵다"며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치료에 적절한 약제를 쓰면 신장 악화를 약 15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일차의료에서의 선제적 투약과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헌관 부회장 또한 "일차의료 단계에서부터 적절히 개입하고 관리하면 투석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며 "개원가에서도 고위험군 환자의 조기 진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 협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와 함께, 국민 대상 교육과 홍보 활동을 통해 콩팥 건강의 중요성과 예방·조기 진단의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및 일차의료 기능 확대 흐름 속에 의료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고비용 치료를 줄이기 위해 만성질환의 조기 개입을 정책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투석협회의 이번 선언은 전문 의료단체가 자발적으로 예방의학 영역에 나서겠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남 이사장은 "대한투석협회는 앞으로도 신장질환 전문단체로서, 치료는 물론 예방과 관리 영역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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