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당위성 확보 안 돼"‥의협,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먼저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 "의대 정원,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매우 위험"
일본, 의사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그러나 의료 수요 감소, 의대 정원 단계적 감소 예상
"10년 뒤의 일인 의대 증원보다 필수의료 위기부터 해결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27 14:4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더불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의 증가였다. 특히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필수의료 분야와 농촌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와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현재 의사 총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낮고 최근 의료분쟁이나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늘어나면서 해당 분야의 의사들이 진료를 기피하게 되는 것일 뿐,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개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된다는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우 원장은 "OECD 국가 대부분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정작 의사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의사 수 증대는 곧바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 원장에 따르면 의료 인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 인력으로서 이를 위한 교육과 수련은 타 직종 인력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은 단편적인 지표나 연구를 근거로 섣부른 결정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 다각적, 종합적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우 원장은 "의료 인력의 향후 전망은 보건의료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 비용의 증가에 따른 필요도 중심의 통제 정책이 도입될 경우 현장에 미치게 될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사망으로 인해 2030년 경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정점을 지나게 되고, 그 이후로 의료 수요는 급감하게 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재 일본은 비록 당장 의사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는 매우 신중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은 의과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정책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향후 2045~2050년 경 노인 인구가 피크를 이루고 이후 감소하게 된다.

우 원장은 "일본의 최근 동향은 일본의 인구사회학적 구조에 비해 15~20년 정도 뒤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의대정원 논의는 상당히 감성적이고 거친 방식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 날 듯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의대 정원의 당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역설적 증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우 원장은 10년 뒤의 일인 의대 증원보다 지금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죽어 나가는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를 걱정했다. 최근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회자되는 필수의료의 붕괴다.

따라서 그는 의대 정원 문제의 논의에 앞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범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라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소아과 오픈런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응급실이 부족해서 응급실 뺑뺑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내용이다.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가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있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이후 매년 신규 전문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자격 취득 기피 현상, 수련 보다 미용·성형 분야로 뛰어들고 있는데, 우 원장은 이를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치치 않아도 간단한 시술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즉 젊은 의사들의 경우 미래가 불투명하고 고된 필수과 전문의 자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 원장은 "이러한 수련 과정 패싱 추세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과도 연결된다. 수련 과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일체 없다 보니 전공 과목의 선택에 있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투명한 미래, 형사 처벌 경향으로 인해 전문의 수련과정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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