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의료계·시민단체 우려-정부 의지 '팽팽'

의료계, 법 체계 문제 추가 지적…"법사위의 시간, 해답 기대"
금융위 "과도한 우려…의료계와 논의 지속하겠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07 13:2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심사를 기다리는 가운데, 의료계·시민단체 우려에도 정부 의지는 여전한 모습이다.

의료계는 개정안이 법사위로 넘어간 만큼 기존에 제기하던 우려에 더해 개정 당위성과 법 체계, 형식 등 문제점까지 지적하고 나섰으나 정부는 개정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7일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최청희 법제이사

의협 최청희 법제이사는 발제를 통해 법 체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법 제21조에서는 환자에 관한 기록의 제3자 열람, 사본 제공 등을 금지하고, 형사소송법이나 민사소송법 등 일부 개별법을 열거해 예외적 허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만 넣어 체계정당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이는 향후 의료법 이외 개별법에서의 예외규정 신설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보험업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료법 제21조에 개정안 규정을 추가하는 형태로 의료법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의료기관에 전송 의무를 부과하면서 전송방법이나 전송대행기관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해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법 관련 규정상 체계정당성에도 반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개정안이 전송대행기관 업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점도 포괄위임입법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할 수 있다고만 할 뿐 심의 의결할 수 있는 협의사항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이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어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최 법제이사는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의 시간"이라며 "원점으로 돌아가 보험업법 개정 당위성 여부, 체계·형식과 자구 등 문제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해답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료계와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은 우려를 쏟아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청구 간소화를 통한 정보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민간 핀테크 업체들이 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경우 현행 법 안에서 전송되는 정보 범위가 최소화돼 있지만,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대통령령이나 금융위 고시를 통해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료 인상 우려도 제기했다. 2000억~4000억 원 수준이라는 소액 보험금 미청구 금액이 보험업법 개정 목적대로 고스란히 청구된다면, 결국 보험료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소액 청구가 아닌 중대 질환에 걸렸을 때 제대로 치료받기 위한 것인데, 이 같은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상호 이사는 "실손보험에 두 개 가입했는데,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돈 때문에 고민하고 싶지 않아 가입한 것"이라며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목적인 중증질환은 지급거절하고 소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자 편익을 위해 개정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희흔 간사는 "2018년 보험연구원에서 진행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실손보험 미청구 이유로 번거로워서라는 답변은 5.4%였고, 소액이어서 일부러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90.6%로 대다수였다"면서 "가입자 편의를 위한다며 진료세부내역이 포함된 개인 민감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민간보험사 진정한 목적이 가입자 데이터 활용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나, 이해관계자인 의료계 의견도 반영돼 법안이 잘 안착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계기관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심평원이 공공조직으로서 민간기업 중계기관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며 "향후 중계기관 선정 논의에 유념해주셨으면 좋겠다. 복지부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협의 내용이 잘 바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이 적용돼 민감정보에 대한 규제가 지켜진다는 점을 들어 정보 집적·활용은 과도한 우려라고 봤다.

낙전수입이 청구돼 보험료 인상에 반영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환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전송되지 않는 만큼 전부 지급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 신상훈 보험과장은 "중계기관은 의료계와 협의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겠다"며 "전송대행기관 업무 관련 공동위원회도 의료계와 계속 논의하며 공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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