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관심의 문제?‥'만성두드러기' 치료제, 급여 소외 문제 심각

1차 항히스타민제에 효과없는 환자들에게 빠르게 생물학적제제 치료 필요
그러나 2017년 허가받은 졸레어, 지금까지 비급여‥'만성질환'이기에 소외받는 현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06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만성두드러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질환이 위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학회를 비롯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만성두드러기는 증상이 워낙 다양하고 경과를 예측할 수 없어 '삶의 질 하락'이 굉장히 심한 편이라고.

심각한 만성두드러기 환자는 간지러움으로 피부 상처가 나기도 하며,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은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만성두드러기는 1차적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된다. 이 환자들 중 항히스타민제 용량을 4배까지 증량한 후에도 두드러기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국내에서 2017년 9월에 허가받은 치료제는 지금까지도 비급여로 남아있다.

정책적인 관심에서 동 떨어져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다.

흔히 만성질환은 암이나 희귀질환에 비해 '심각성'이 부각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 평가에 따른 소모적 논쟁으로 신약 급여가 늦어지거나 급여기준이 엄격해 치료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의 만성두드러기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려움을 동반한 팽진과 혈관부종이 특징인 만성두드러기는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만성두드러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는 약 150만 명의 환자가 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의 유병율은 3% 내외로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만성두드러기 증상이 심할수록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의하면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삶의 질 저하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면 함께 호전됐다.

만성두드러기를 치료하는 약물은 1차적으로 '항히스타민제'다. 그렇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이 기본적인 치료조차 듣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만성두드러기는 전신에 발생이 가능한데, 50% 정도는 두드러기만 단독으로 나타나고 혈관부종을 동반하는 경우는 40%, 두드러기 없이 혈관부종만 나타나는 경우는 10%로 알려져 있다. 혈관부종이 동반될수록 항히스타민제에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만약 고용량의 항히스타민제가 효과가 없을 경우,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거나 면역조절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처방했다.

다만 이러한 약들은 유해 반응이 심한 약제들이다. 두드러기는 좋아지지만 얼굴이 둥그레지거나, 속이 쓰리거나, 살이 찌거나, 감염 등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해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노바티스의 '졸레어(오말리주맙)' 덕분이다. 졸레어는 국내에서 2017년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 Chronic Spontaneous Urticaria)에 허가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다.

세계 주요 알레르기 관련 학회인 EAACI(유럽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 GA2LEN(글로벌 알레르기 및 천식 유럽 네트워크), EDF(유럽 피부과 포럼), WAO(세계알레르기학회)가 발표한 새로운 만성 두드러기 가이드라인은 항히스타민제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졸레어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졸레어는 2017년 허가 이후 지금까지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다.

실제로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성질환은 필연적으로 의료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은 약물 치료를 통해 유병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예방하는 것이 장기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낮추는 만성두드러기가 만성질환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어 급여 우선순위에서 빈번히 탈락하고 있다. 현재 한국노바티스가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부 금액을 환급해 주고 있으며, 실손보험 적용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S대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대부분 두드러기는 하루 이틀 약을 복용하면 낫는 질환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만성두드러기 환자는 암이나 그 어떤 질환 못지않게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이다. 외출하는 것도 어려워지면, 중증질환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삶의 질 측면에서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다른 암이나 중증 환자들 못지 않게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만성두드러기도 별도의 질병코드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만성두드러기는 중등도와 상관없이 하나의 단일 코드로 분류돼 있는 상태.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장윤석 교수는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만성두드러기 환자가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중증 질환 분류로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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