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 확대한다던 'HPV 백신', 남성 1회 접종 반발‥근거 살펴보니

윤 대통령 공약‥HPV 백신 남성 접종 및 지원 백신 확대
질병청, 예산 문제로 남성 청소년은 1차 접종만 지원 고민
남성 1회 접종 근거 부족‥해외와 비교했을 때에도 '집단 면역' 여부 달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9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과연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남성 접종 및 지원 확대 공약은 지켜질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였던 당시 '가다실9' 백신의 보험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 정책공약집에도 '남성도 12세부터 HPV 백신 국가 무료 접종 실시'가 포함돼 있다.

다행히 공약처럼 HPV 백신의 남성 접종은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될 전망이다.

문제는 예산의 한계로 인해  만 12세 남성 청소년은 '접종 1회'만 지원하겠다는 질병관리청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관련 학회 가이드라인이나 데이터를 살펴봐도 첫 접종에서 1차만으로 크고 장기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근거는 부족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HPV 백신은 GSK의 2가 백신 '서바릭스', 한국MSD의 4가 백신 '가다실'과 9가 백신 '가다실9'이 있다.

국가예방접종(NIP) 지원 대상 백신은 2가·4가이며, 아직 9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HPV 백신(2가, 4가)이 NIP에 포함돼 12세 여아에서 2회 접종이 시작됐다. 2022년부터는 만 12~17세 여성·청소년 및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 상태다.

HPV 백신 접종 이후 한국에서 자궁경부암은 70~90%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같이 2가 또는 4가 백신을 여성 청소년에만 지원하는 나라는 일본, 멕시코 등 7개국에 불과했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18개국은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9가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HPV 백신 지원 확대는 사실 순탄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최종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12세 여아 9가 전환 ▲12세 남녀 9가 접종 ▲12세 남아에 2가·4가 도입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편익이 과소평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질병관리청은 비용-효과 연구를 보완해 재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질병청은 HPV 백신 접종의 NIP 범위를 확대할 시, 만 12세 남성 청소년의 1차 접종만 무료로 지원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해외에서 1차 접종 모델 전환 사례가 있고, 1차만 접종했을 때와 2~3차까지 접종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학계는 동의하지 못했다.

1회 접종이 면역원성과 HPV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HPV에 의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지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HPV 백신 1회 접종 연구 결과가 전무하다는 점, 질병청이 참고한 영국·호주는 HPV 예방 전략이 우리나라와 달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가 발표한 '2023년 성인예방접종 개정안' 중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부분에서도 1회 접종의 타당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회는 서바릭스, 가다실4가, 가다실9가의 경우 9∼14세 여아 및 남아는 2회 접종을 추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0, 6∼12개월(최소 5개월 간격) 2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15∼45세 여성 및 15∼26세 남성 접종자는 0개월(최초 접종일), 1∼2개월(1, 2차 최소 간격 4주), 6개월(2, 3차 최소 간격 12주, 1, 3차 최소간격 5개월)의 접종 일정에 따라 3회 접종해야 한다.

해당 요법대로 접종을 했을 시, HPV 백신은 장기간 보호 지속 효과가 유지됐다. 

가이드라인에는 여성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고등급 자궁경부, 질, 외음부암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동시에 남성에서도 9.5년 추적기간 동안 백신형에 대한 높은 항체가 유지되고 항문생식기질환 예방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감염학회는 HPV 16, 18이 관련된 음경암, 구강암, 구인두암, 항문암 및 HPV 6, 11이 관련된 생식기 사마귀와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11∼12세 남아에게 접종을 권고했다.

질병청이 주장하는 HPV 백신 1회 접종 검토에 대해서도 언급이 됐다.

2∼3회 접종과 비교해 1회 접종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WHO 예방접종 전문전략자문그룹(Strategic Advisory Group of Experts on Immunization, SAGE)은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해 1회 접종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SAGE는 ① 9∼20세: 1∼2회 접종 ② 21세 이상: 2회 접종(6개월 간격) ③ 단, HIV 등 면역저하자는 1회 접종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므로, 가능한 3회 접종하고 안 되면 최소 2회 접종을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1회 접종에 대한 분명한 근거는 없으며, 해외에서는 남녀의 동시 접종으로 이미 집단 면역이 발생한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감염학회는 "국내에서는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12세 여아에서 2019년 81.7%의 접종률을 보이고 최근 17세 여성 청소년까지 확대해 접종 중이다. WHO 경우 백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1회 접종의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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