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큰 혼란 없어…배수진 치는 교수들

사전 조정 등으로 진료 축소…병원 '한산'
일부 진료 현장, 혼선 빚어…비대위 차원 보완책 모색 방침
서울의대 교수진, 政 불통정책 비판…"대응 따라 휴진 철회할 것"
비대위 주최 심포지엄에선 의협 임현택 리더십에 의문 제기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6-18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교수들의 전체 휴진 첫날인 17일, 사전 진료 조정 등으로 진료 축소가 이뤄지면서 한산한 분위기를 나타내며 큰 혼란 없이 외래 진료 및 수술 등이 진행됐다. 

다만, 일부 환자들이 교수 휴진을 모른 채 병원을 방문한 후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해 비대위 차원에서 보완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또 비대위는 휴진이라는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배수진을 치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을 향해 위치에 맞는 책임있는 태도로,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라고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응급, 중환자, 입원 환자 진료는 평소와 같이 유지됐고, 외래는 중증, 난치 질환 중심으로 진료가 축소됐다. 진료 예약 변경은 담당 교수의 환자상태 판단, 비대위에 접수된 환자의 요청을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여부와 상관없이 교수들이 병원을 지키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약처방을 위한 외래 운영 등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함께 시행되고 있다. 휴진 첫날 일부 진료 현장에서 발생한 혼선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비대위에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 역시 휴진에 동참하고 있지만 진료를 마냥 연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증세 및 여건 등을 고려해서 일정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중증환자의 경우에는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날 분당서울대병원 C의사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휴진 첫날 병원 내부에선 크게 시끄러운 일 없이 다른 날보단 조용한 편이었다. 외래 환자 진료를 보고, 기존 병실 입원환자들은 그대로 진료를 진행해서 큰 차이는 못 느꼈다"고 휴진 첫날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중한 환자는 진료 일정 조정을 못 한다. 경미한 환자들은 진료를 연기하기도 하는 데 교수마다 다르다. 일정을 연기했다고 하더라도 진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휴진을 하더라도 며칠 뒤에는 진료가 이뤄진다"며 "환자진료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의사들도 휴진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 기대했다.

병원에서도 기존 비상운영체제 유지와 함께 교수 휴진으로 인한 환자 불만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휴진 첫날 모든 진료과의 환자불만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휴진의 경우 교수 개별적으로 휴진을 신청해서 진행하는 부분이고, 병원은 비상경영체제 가동으로 환자에게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정부와 의협 향해 연이어 성토

집단 휴진과 함께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휴진 첫날인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비대위는 이날 오전 열린 집회에서 정부의 불통정책을 비판하는 피켓팅과 구호 제창, 대정부 요구안과 결의문 낭독 등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근거 없는 의료정책이 의료현장에서 강행되는 것에 온몸으로 저항한다"며 "현장을 모르는 정책결정권자가 의료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실제적 조치를 위한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휴진을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휴진 지속보다는 문제를 바로잡고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뒀다.

비대위 대정부 요구안은 크게 세 가지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현장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권교체가 되도 운영 가능한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 ▲2025년 의대정원은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 2026년 이후 정원은 근거 기반으로 재논의하길 요구했다.
오후에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패널토론에서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집단휴진사태까지 이를 정도로 의료계가 배수진을 친 위기 상황임에도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본인의 감정만을 앞세운 글을 올리면서 전문성을 가진 의사, 전공의를 대변하는 대표자로서 역할을 망각하고 신뢰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임현택 회장에 대해서는 리더십을 의심하며 사직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임현택 회장은 지금 이 중대한, 국민들이 위험을 느끼는 사태에 책임 있고 실천력 있는 행동으로 임하지 못하고 무대책에 가까운 책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박단 위원장과 말싸움이나 하고 있는, 이런 한심한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고 시름했다.

또 "임현택 회장이 혹시라도 그만둘 생각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협회에 회비를 낸 여부와 상관없이 복수 이중 투표를 안 하는 방식으로, 의사 면허만 가지고 있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지금 상태에 대해서 몇 가지 안을 모은 다음, 그 안을 가지고 투표를 통해 지금 사태를 빨리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에 대해서도 태도를 분명히 할 것을 촉구했다. "박단은 대전협 대표라고 부르면서 활동은 하지 않는, 가끔 나타나서 자신의 의견을 대전협 대표로서 얘기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이라고도 말하고, 사직했다고도 말하고, 왔다갔다 하는 데 입장이 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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