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 데이터 표준화,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

[인터뷰] 방준석 의약데이터표준화포럼 초대 의장
약업계·산업계·학계·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 모여 약학 데이터 표준 도출 노력
"약에는 반드시 정보가 따라간다"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6-28 11:58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약업계, 산업계, 학계 등에서 생각하는 의약 데이터 표준화 방향이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방준석 의약 데이터 표준화 포럼 초대 의장(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사진>은 27일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더 빨리 이 포럼이 나타났어야 하지만, 다소 늦어졌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의약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 의장은 약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약에는 반드시 정보가 따라간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과거, 약사는 '약'에 대해서만 알면 됐다. 그러나 점차 고도화된 기술이 나타나고, 산업과 사회와의 네트워킹이 필수가 된 시대에서는 '약'을 통해 따라오는 '정보(Data)'를 같이 활용할 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보, 약학 데이터의 범위가 너무 넓은 데다, 범위에 대한 생각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당장 제약사들이 만드는 약의 단위 표기도 각기 다를뿐만 아니라, A병원이나 B약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처방전의 구성, 시스템이 C병원과 D약국에서의 기준과 다르다. 심지어 약업계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하는 '약료'와 약국 홍보 문구로 흔히 사용되는 '복약상담'과 같은 용어들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약사마다 이해가 다 다르다. WHO의 ATC 코드나 INN 코드도 영역에 따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확보하고 있는 약학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라는 개념은 약업계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만큼 용어를 다르게 사용해도 각 기관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표준화를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혹은, 이미 기준을 정해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남이 사용하는 기준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표준화는 산업 및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비상구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비상구 유도등은 글로벌 표준으로, 어느 국가든 같은 그림과 초록색 표식을 가진다. 이에 글자를 모르더라도 비상 통로라는 것을 알 수 있어 비상 시 어렵지 않게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다른 글자로 하나하나 표기하지 않아도 되니 비용도 절감된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네트워킹이 점차 강화되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표기, 서로 다른 내용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여러 번의 불필요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각자의 요구사항이 다르니 타협점을 찾기도 힘들다. 
방 의장은 "약업, 산업, 학계, 공공기관 등 각 계마다 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필요를 인지하고 있지만, 요구하는 사항이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안들도 분명히 있다"라며 "다른 요구사항들을 조율하고,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안들을 도출해 표준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 데이터 표준화 포럼'은 약국·기업·대학·연구기관 등 약업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지난 5월 3일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추진하는 ICT 표준화 포럼 사업의 일환으로, 약학정보원이 사무국을 맡아 지원해 선정됐다. 

포럼은 ▲표준 및 정책 분과 ▲학술 및 연구 분과 ▲제도 및 서비스 분과로 운영되며, 산업계와 학계 및 연구기관 협력 채널, 약학 데이터 산업 및 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산업계 의견수렴 및 국내 의약 데이터 표준 시스템 마련, 약학 산업 생태계 성장 지원 창구 등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방 의장은 "약업과 의약산업이 발전하고, 보건의료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귀찮고 어렵더라도 표준화를 해야만 한다"라며 "표준화가 이뤄지면 환자를 비롯한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약계에도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표준화된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도 설명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사람만큼의 눈치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데이터가 적절하지 않으면 호환이나 인식이 불가능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엉뚱한 결론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한국의 의약 데이터 표준화는 이제 걸음마 걷는 단계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여러 역량을 가진 만큼 빠르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의약 데이터 표준화 포럼은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로드맵을 추진해 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의약 데이터 표준화에서 앞서 있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외국 체계를 들여오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경우 외국 기술이 우리를 잠식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 주도적으로 포럼과 같은 소통의 장을 많이 마련하고, 관련 산업 및 인력에 대한 마중물 투자를 통해 의약 데이터 표준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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