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뇌졸중 환자분류 개선 시급…병원 치료 못 받을 수도"

정부, 상급종합병원 환자 비율 구조전환 시범사업 발표
뇌졸중,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어
상급종병 중환자 비율 늘어나면 뇌졸중 치료 어려워져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7-15 12:1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최근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뇌졸중 환자분류체계(KDRG)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변경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학계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해당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서 뇌졸중에 대한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뇌졸중은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 만일 구조 전환 시범사업이 추진돼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진료 비율이 50%까지 늘어나면,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은 암질환,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중증응급질환이다. 국내 사망원인 4-5위에 해당하고, 성인 장애 원인 1위 질환이다.

이에 학회는 뇌졸중에 대한 진료군 재분류 없이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기준을 높이면 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역효과를 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뇌졸중 환자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복 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대한신경과학회 정책이사)는 "지난주 정부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환자 중심 구조전환에 동의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급성중증뇌경색은 산정특례질환임에도 상급종합지정 기준에서 일반진료질병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질환군 환자비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를 기피해온 것은 급성중증뇌경색 등 응급심뇌질환이 전문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왜곡된 질병분류체계가 계속된다면, 진료 여건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뇌졸중에 대한 상급종합질병군 분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재관 동아의대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도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뇌졸중 진료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질 것이다.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촉구했다.

한편, 학회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국내 뇌졸중 환자는 계속 늘어나 2050년에는 매년 35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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