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개 시민단체, 공론화로 건보 빅데이터 개방 저지 추진

19일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 출범
양대 노총 등 500여 단체 참여…민간 보험사에 데이터 개방 반대
민간 보험사에 빅데이터 공개시…"건강보험 대체될 수 있어"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8-19 05:58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 대상으로 확대 제공할 경우 민간보험사에서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을 대체해 미국처럼 사보험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양대 노총을 비롯해 진보정당, 노동시민사회 등 500여 단체는 오늘(19일)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을 출범해 이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 데이터 개방 여부는 주체자인 국민 의견을 듣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의견수렴은 단순 설문조사를 지양하고 빅데이터 개방 또는 비개방 시 이익과 손실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제공 후 여러 번의 숙의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은 민간보험사에서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요구해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건강보험 데이터를 민간에 연내에 개방한다고 하는 것을 올해 초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시행계획에 포함하고 있다"고 대응 시급성에 대해 말했다.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년~2028년)의 올해 시행계획(안)을 보면, 공익적·과학적 연구 및 자기 주도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보험 데이터 개방·활용을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민간 대상 빅데이터 제공 확대와 저위험 가명정보 외부 반출 허용,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통한 의료데이터 활용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는 공단 출범 이후 20여년간 누적된 시계열 정보다. 특히 이 정보 안에는 보험료를 소득수준, 재산 수준에 기반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수준이나 소득수준, 가족관계도 다 드러난다. 또 공단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정보, 병원 이용 진료기록, 처방된 양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아무리 가명 처리를 해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정보를 민간보험사가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도 민간 보험사들이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약관이나 기준에 따라서 보험금 지급 등을 결정하고,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는데 건보 빅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악용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민간보험사에서 데이터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해 의료민영화라든지 시장화와 관련된 부분으로 정보가 넘어가는 것도 걱정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보완제를 넘어 사실상 경쟁하는 대체제가 되면서 미국식 민영 의료보험제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역대 정부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내놓았던 것과 달리 현 정부에서는 보장성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아서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약화되고, 결국 페지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홍석환 정책국장은 "이에 양대 노총을 비롯한 진보정당, 노동시민사회의 500여개 단체가 힘을 모아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개방 저지 공동행동'을 출범하게 됐다. 출범 이후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와 동의한다면 이유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민 서명운동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은 빅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개방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심화되는 이 시점에서 충분히 변형된 의료민영화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특히 대한민국 국민들은 의료 형평성이 무너지는 일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의료 윤리적으로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는 것으로 먼저 나타날 것"이라며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넘기는 것은 의대증원 사태가 불거진 이 시점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건강보험 정보주체 '국민' 의견 반영…"개방 범위나 시점 결정해야"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여부는 정부나 공단, 민간보험사, 노조, 국회 등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주체인 국민 동의를 먼저 구한 후 시행해야 하는 의견도 제시된다. 단순 서베이 성격이 아닌 숙의과정처럼 심도 있는 여러 번의 의견수럼을 거치면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고, 이를 통해 정보 주체가 받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에 대한 분명한 국민 인지 후 개방, 또는 비개방에 대한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에 대해 한쪽에서는 강력히 원하는 쪽과 강력히 저지하는 쪽으로 나눠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데이터의 주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민들 의견은 반영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들의 의견을 모을 때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니어야 한다. 설문조사는 시기나 조사자가 어떤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신뢰성이 낮다. 때문에 숙의 회의 같은 구조를 거쳐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 데이터를 개방했을 때의 위험성과 이익에 대한 판단을 국민 스스로 하기에 부족하지 않도록 여러 번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서 개방의 범위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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