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 의약품도 '마약류'로 묶은 법에 방치되는 정신질환

'마약류'로 묶인 향정신성의약품, 치료 부정적 인식 키워
정신과의사회, 마약류 정의 규정 폐지와 향정 분리 촉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8-19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마약류'란 단어에 묶여 관리되는 법 체계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정신성의약품에는 정신질환 필수의약품도 포함되나, 불법마약과 함께 마약류로 관리되며 부정적 인식을 키워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부터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한 개 법으로 통합 관리하면서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간담회에 나온 송성용 정신과의사회 의무법제부회장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해 영구 퇴출을 목표로 하는 불법 마약과 사회적 효용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부 오남용 방지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목적을 한 가지 법으로 달성하려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환자 60%는 치료 과정에서 약물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불면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ADHD 등 대표적 정신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라는 점이다. 향정신성의약품에는 ADHD 약처럼 의료용으로 사용되지만 일부 오남용 우려나 의존성이 있는 약품부터, 안정제나 수면제 등 오남용 우려나 의존성이 심하지 않은 의료용 약물까지 모두 포함된다.

마약류관리법은 관리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불법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통합 관리하며 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담긴 내용도 초점도 다르다. 마약은 원천 금지와 처벌에 중점을 둔 반면,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처방전에 의한 취급과 보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용어 혼재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21대 국회에서는 마약퇴치운동 대상을 '마약류'로 지정, 향정신성의약품까지 퇴출 대상으로 삼거나, 마약중독자 치료 입법에서도 마약류 명칭을 사용해 중독 치료에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까지 포함시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신과의사회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하고 있는 '마약류' 정의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약류관리법 규율 대상은 마약, 대마와 함께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닌 '의료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의존성 물질'로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의료현장에서의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은 별도 제정법을 통해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송 의무법제부회장은 "22대 국회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범죄나 퇴출 대상이 아닌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적 관리 대상으로 보는 올바른 입법이 추진되길 바란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 제안을 신중히 검토해 정신질환 환자들이 편견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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