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언제 급여 결승선에 다다를까.
엔허투는 지난 5월 제3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된 후, 경제성평가 과정이 지체되면서 결국 올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엔허투의 급여가 불발될 것이라 바라보는 이들은 적었다.
엔허투는 작년 국내 허가 심사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5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올해 2월엔 건강보험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시된 후 사흘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달성하면서 빠르게 급여 논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의사들도 엔허투가 보여준 임상데이터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급여 시기가 늦어질 뿐 적용을 의심하는 이는 드물었다.
게다가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최영희 의원 등이 엔허투의 급여를 예의 주시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다만 엔허투의 뛰어난 효과가 국내 급여 제도 하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엔허투를 투약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mPFS)이 크게 연장되면서 약제 사용 기간도 늘어났는데, 이 점이 오히려 비용효과성 입증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서는 엔허투가 '혁신신약 가치 인정 1호' 약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년 초부터 시행을 예고하고 있는 '혁신신약 적정가치 인정 방안'의 대략적인 틀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제약단체와의 민·관협의체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혁신신약'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약제에 대해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은 그동안 제약업계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던 사항이다.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는 효과가 개선된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판단 기준으로, 비교 대안에 비해 신약의 증가된 효과 혹은 효용 한 단위 당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ICER는 특정 임계값과 비교해 그 이하일 경우 신약이 비교 대안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명시적인 임계값은 사용하지 않으며,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혁신성 등을 고려한 기존 심의 결과를 참조해 탄력적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정부는 기존에도 ICER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높게 ICER가 적용된 사례가 항암제조차 50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GDP를 감안할 때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업계와 정부의 ICER 탄력 적용에 대한 온도 차는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신약의 기준 요건은 ①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②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③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GIFT) 또는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다.
이 세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할 경우, ICER 임계값을 탄력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엔허투의 경우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한다.
먼저 엔허투는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로 인정된다.
위험분담 적용 대상에서 심평원이 명시한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없는 경우'의 정의는 '새로운 계열의 약제로 작용 기전에서 차이가 있고 기존 치료제보다 임상 성과의 개선이 우월한 경우'다.
엔허투의 종양을 죽이는 화학물질 페이로드(payload)는 topoisomerase Ⅰ inhibitor(국소이성화효소 Ⅰ 억제제)로, 기존 치료제인 캐싸일라의 anti-microtubule 제제와 다르다.
이밖에 종양세포에서 많이 생성되는 리소좀 효소에 의해 선택적으로 전달되는 링커(Tumor-selective cleavable linker)가 결합된 점, 높은 세포막 투과성을 가진 페이로드로 인접 종양세포 사멸효과(Bystander antitumor effect)를 유도할 수 있는 점 등 기존 치료제와 작용 기전에서 차이가 있다.
더불어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 성과의 개선이 우월하기에 1번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은 이미 의사들이 수긍하는 부분이다.
엔허투의 'HER2 양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이상 치료' 적응증 허가 기반 임상인 DESTINEY-Breast 03 연구에서 증명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무려 28.8개월이다. 기존 2차 표준 치료제(캐싸일라)의 6.8개월 대비 4배 이상 연장됐고, 환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67% 감소했다. 이는 최근 급여 평가가 진행 중인 유방암 약제들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개선이다.
3번 조건도 엔허투는 무난하게 충족했다.
엔허투는 미국 FDA로부터 2021년 10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 획기적의약품(BTD)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2021년 6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GIFT) 대상 약제로 지정된 바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엔허투는 혁신신약의 세 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하고, 국회 국민청원에서도 15만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높은 사회적 요구도를 보여준 유일한 약제다.
따라서 이번 혁신신약 1호 약제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며, 내년엔 급여 결승선을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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