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자초한 독단…임현택, 때이른 레임덕에 '휘청'

반복된 독단, 집행부와 선 그은 전공의·시도의사회장
"임계점 넘은 행태…이럴 거면 협회 떠나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6-20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집행부가 때이른 레임덕 우려에 빠졌다. 전공의는 물론 독단적 운영에 임계점을 넘은 시도의사회장들도 선을 그으며 고립된 모습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16개 시도의사회장단 사이에선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 분위기다. 시도의사회장 회의에 임 회장은 오지 말라고 건의하겠다며 선을 긋는 움직임은 물론, '이럴 거면 협회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언급까지 확인된다.

트리거는 지난 18일 총궐기대회 현장에서 발표된 '27일 무기한 휴진'이다. 마지막 카드인 '무기한 휴진'을 결정한 배경과 이유 등을 지역의사회 회원들에게 설명해야 할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은 정작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를 들었던 것.

A 지역의사회장에 따르면 임 회장 집행부 독단적 결정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지난 18일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 역시 이를 발표한 9일 전국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들었다.

하루 전인 8일, 시도의사회장 회의가 있었음에도 임 회장은 투쟁 일정이나 방식을 공유하고 상의하지 않았다. 시도의사회장단은 투쟁 일정과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모으진 못했고, 결국 임 회장이 투쟁 계획을 가져오면 적극 지지하자는 결론으로 회의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시도의사회장단은 이후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인 버스에서 18일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 소식을 접했다. 16개 시도에서 모인 회장단 회의가 무의미해진 셈이다. 당시에도 회장단 사이에선 반발이 일었지만 시기를 고려해 무마됐다.

A 회장은 "27일 무기한 휴진 투쟁도 총궐기대회에서 처음 들었다. 일언반구도 없었고 의협 이사회에 들어갔던 사람들도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다들 이런 의협 회장이 어디 있냐며 화가 많이 났다. 시도의사회장들 분위기는 완전히 용광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18일 휴진율이 50%라고 하던데 말도 안 된다. 5%도 안 된다.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아야 한다"며 "앞으로 시도의사회장 회의에 임현택 회장은 오지 말라고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 지역의사회장 역시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놨다. B 회장은 평소 온건한 성향으로, 시도의사회장단이나 회원들 사이에서 집행부 반감이 표출될 때마다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을 언급하며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중재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B 회장도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임계점을 넘은 행태'라며 분개했다. 그는 개인적 판단으로 최근 정부와 대응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무기한 휴진 발표는 완전한 패착이라고 평가했다.

B 회장에 따르면 이날 갑작스런 발표 후 C 지역의사회장은 기분 나빠하며 예정보다 일찍 지역으로 돌아갔고, D 지역의사회장은 '알아서 하라고 하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B 회장은 "총궐기대회를 마치고 지역에 돌아와 회원들과 저녁을 먹는데, 다들 화가 많이 났다"면서 "이런 식으로 발표하고 추진해서 정작 회원들이 몇이나 따라오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니까 협회 해산이라는 모욕적 얘기까지 듣는 거다.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이 얼마나 일을 못하면 복지부로부터 해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나. 회원들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할 거면, 이렇게 능력이 없으면 협회를 떠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E 지역의사회장은 반복된 집행부 독단으로 인한 분노에 마지막 카드를 내부에서 스스로 찢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를 내놨다.

E 회장은 임 회장 입장에선 마지막 카드인 무기한 휴진에 대한 시도의사회장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 같으니 대정부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비판을 감수하고 지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질조차 없이 발표된 마지막 카드는 강한 반발과 비난을 불렀고, 대정부 협상에 사용되지 못한 채 내부에서부터 찢어져 버렸다는 것.

단 E 회장은 시도의사회장단이 이 같은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 점도 이해했다. 투쟁 과정에서 임 회장 독단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E 회장은 "발표를 3일 앞두고 서울에서 회의할테니 올라오라고 해서 일정을 어렵게 조정해 올라가보면 뭘 지르는 식이다. 촛불집회도 5일 앞두고 질렀다"며 "휴진 투쟁도 6월 20일에 하자고 했다가 느닷없이 18일로 바꿨다. 바꿨다는 이야기도 2시간 전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부글부글 끓는다고 무기한 휴진 비난을 질러버리면 정부로서도 의료계를 상대하기 쉬워진다"며 "이왕 던진 카드라면 잘 쓰라고 출구전략 마련을 도와줘야 하는데 스스로 찢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원가 투쟁을 이끌 시도의사회장단이 집행부에 강한 반감을 나타낸 가운데, 전공의들도 의협과 선을 그었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임 회장 발언 논란이나 일방적 행보 등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특히 의협이 정부에 제시 중인 3대 요구안도 전공의 입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이 발표한 세 가지 요구안은 대전협이 발표한 7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라며 "대전협 비대위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 임현택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복귀를 촉구하는 전공의부터 의료계 투쟁 동력으로 꼽히는 개원가 단체까지 임 회장에게 등을 돌리며 의료계 단일 대화창구로서 의협 입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지역의사회 F 임원은 "독단적 결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지역의사회도 전공의도 등을 돌렸다. 의료계가 몇 달 동안 호소한 대표성을 의협 스스로 버린 셈"이라며 "앞으로 투쟁과 협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과연 회원들이 하나로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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