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호법 신속처리 나선다지만…'거부권'에 남은 앙금 관건

"간호조무사 전문대 가능성, 직역갈등 유발…거부권 명분 배치"
의료계선 의협 역할론 지적도…"법안 저지 실질적 역할 의문"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8-08 05:5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여야가 간호법을 민생법안으로 지목하며 신속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야당에선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간호법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삼았던 쟁점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엔 의문이 남는다.

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정 정책 협의 기구 구축을 제안했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대대표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즉각 구체적 실무협상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여야 원내대표 모두 민생입법을 강조한 가운데, 추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법안으로 간호법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이달 내 처리를 제안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간호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화물표준운임제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특별법, K칩스법, 단말기유통법, 고준위 특별법, 스토킹 교제폭력 방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8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 협상에 즉시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7일 정책위의장 회동에서 간호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진 의장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여야 간 큰 이견이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신속 처리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달 내 처리 가능성은 미지수다. 상임위 차원 쟁점 조율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달 보건복지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간호법을 심사하며 PA 제도화와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등에서 입장차를 확인한 바 있다.

민주당에선 간호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싶다면 쟁점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답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문제의 경우 지난해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서 내세운 명분을 스스로 뒤집는 격이란 점도 지적했다.

여당안은 간호조무사 전문대 신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근 법안소위에서 야당 복지위원들은 교육계 반대로 인한 새로운 갈등 증폭, 입직 경로 차이로 인한 간호현장 갈등 가능성 등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간호사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여당안은 거부권 행사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며 "당시 거부권 명분으로 직역갈등을 내세웠는데, 여당안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을 추진하고 싶다면 다른 직역 이해관계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제다. 그렇게 한다면 빠른 처리도 가능할 수 있다"며 "정부와 여당에 쟁점을 줄일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 급물살 우려가 나오면서 의료계 일각에선 의협 역할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의협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미애 의원을 만나 의대정원 증원과 간호법에 대한 의료계 우려를 전달했다. 의협 차원에선 국회에 간호법 4건이 발의될 때마다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난 6월부터 간호법 반대 입장문을 세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의협 행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여야가 간호법에 이견은 있어도 당론 법안으로 정하며 의지는 분명했다"며 "정부도 PA로 의료현장 공백을 채우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나타냈는데, 여태 의협 역할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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