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정신질환 수가, 여전히 '저평가'‥서비스 격차 심화

더 오래 입원하고도 덜 받는다‥의료급여 정신질환 수가의 역설
폐쇄병동·격리실 이용 많은 의료급여 환자‥"수가체계 분리해 현실 보상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24 11:4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며 치료를 받는 건강보험 환자와 소득이 낮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치료를 받는 의료급여 환자다.

문제는 의료급여 환자를 위한 '정액수가'가 건강보험 환자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급여 환자는 치료기간이 길고 중증도가 높아 의료기관이 더 많은 의료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보상 금액은 오히려 낮아 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문제와 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2024년부터 건강보험 환자의 정신질환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정신의학적 집중관리료'가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 적용되고 수가도 대폭 인상됐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수준의 낮은 정액수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2019년 약제비, 2021년 식대 및 정신요법료를 정액수가에서 별도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격차 완화를 시도했으나, 최근 건강보험의 수가 체계 개편으로 인해 의료급여와의 보상 수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급여 정신의학적 집중관리료 보상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의료급여 정신질환 입원 환자의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240.6일로, 건강보험 환자(121.6일)의 약 2배에 달했다. 반면 일당 입원진료비는 6만6300원으로, 건강보험 환자(9만6000원) 대비 69.1%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폐쇄병동 입원 비율은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1.6배, 격리실 이용률은 1.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더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가 적용돼, 정신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의료급여 환자는 중증정신질환자 비율이 높고, 장기입원 경향도 강하다"며 "현행 일당정액수가 체계는 의료현장의 부담을 반영하지 못해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해 보고서는 폐쇄병동 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정액수가와 분리해 별도 산정하는 보상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폐쇄병동 집중관리료의 경우 ▲입원 후 최대 30~90일 이내 급성기 환자에게 건강보험과 동일한 수준의 수가 적용, ▲기존 정액수가에 12% 가산율 부여, ▲정신의학적 집중관리료가 차지하는 비용 비중(30%)을 반영해 정률 인상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격리보호료는 건강보험과 동일한 행위별 수가 기준을 적용하되, 제도 시행 초기에는 월 7일 이내로 산정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이 추천됐다.

아울러 중장기 방안으로는 ▲급성기·아급성기 치료기관과 만성기 요양기관 간 기능 분담, ▲퇴원 후 지역사회 사례관리 연계 등 치료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연구에 참여한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수가체계가 실제 현장의 업무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폐쇄병동과 격리실 환자는 인력과 자원 투입이 크지만, 정액수가 체계에선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준의 별도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도 수가체계 전면 재정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구팀은 "정신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급여 수가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속적 입원 중심에서 벗어나, 급성기 집중치료 후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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