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인력 부족에 '격리·강박 금지법'까지‥의료계 "치료 붕괴"

격리·강박 금지 추진에 환자 진료권 위기‥의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 논란
환자 인권 보호 강조했지만 병상 부족 심화‥현장은 전문 인력 확보 절실
낮은 수가·만성적 인력난 속 현실 무시한 규제에 정신의료계 '이중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26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현장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들이 개정되고 있지만, 의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오히려 진료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신과 폐쇄병동의 병상 과밀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정신병원 입원실당 허가 병상을 기존 10개에서 6개 이하로 제한하고, 병상 간 이격거리를 기존 1m에서 1.5m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환자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병상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정작 입원이 시급한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정신과 병원 입원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며 "병상 간 이격거리가 1m에서 1.5m로 늘어난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규정으로 인해 정신과 의료기관의 병상 수가 약 20% 줄어 환자 치료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폐쇄병동에서 격리·강박 중이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환자의 인권 보호를 이유로 '격리·강박 금지법'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의료계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일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388개 정신의료기관의 총 병상수는 6만7477병상으로 기관당 평균 173.9병상이었다. 보호실 수는 2198개로 평균 5.7개 수준이었다.

이 기간 입원환자 18만3520명 중 격리된 환자는 2만3389명(12.7%), 강박된 환자는 1만2735명(6.9%)이었다. 격리 환자의 1인당 총 격리시간은 평균 23시간 28분, 강박 환자의 1인당 총 강박시간은 평균 5시간 18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24시간 이상 연속 격리는 전체 격리의 1.9%(1482건), 8시간 초과 연속 강박은 전체 강박의 0.4%(130건)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을 최소화하고 치료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격리·강박을 시행하는 주요 이유가 환자의 타해와 자해 방지 목적이라며 일방적인 제한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환자들도 충분한 설명 없이 이뤄지는 격리·강박이나 과도한 신체적 압박으로 인해 존엄성 침해를 경험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격리·강박 금지법 도입이 오히려 치료 시스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격리·강박 금지법이 시행되면 환자 1인당 하루 최소 안전요원이 현재보다 4~5배 늘어나야 한다"며 "지금처럼 낮은 수가와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오히려 박탈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의료계 전문가들은 격리·강박을 줄이기 위해선 충분한 전문 인력 확보와 의료수가 현실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신과 수가는 매우 낮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들로 인해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를 잃고, 의료진 역시 정상적인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국민들은 정신과 입원이 응급실처럼 쉽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 큰 사건이 발생해야만 사회가 관심을 갖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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