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병원 '24시간 진료' 가동…소청과 '공백' 메운다

4월 출범…야간 소청과 환자 트리아제, 중등증 환자 커버 목표
전담 의료인력 대거 채용, 매달 적자 예상…정부 지원 '관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3-26 10:04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서울 구로와 성북에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이 내달부터 24시간 진료체계를 가동한다. 관련 수가나 지원정책 없이 출발하면서 매달 적자가 예고돼 정부 관심과 지원이 24시간 진료체계 유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구클리닉'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친구클리닉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 공백 시간대 소아청소년과 부모 '친구'가 되겠단 의미로 출발했다. 정부 정책으로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자정까지만 운영되고, 휴일과 공휴일 오후 6시엔 종료되는 한계가 있다. 소아청소년과 24시간 진료체계는 사실상 전무해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이 만드는 셈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친구클리닉 출범을 위해 전담 의료진도 채용했다. 구로우리아이들병원과 성북우리아이들병원 기존 의료진을 더하면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의사만 62명이 소속돼 있다.

친구클리닉은 해외 1차 응급실 개념인 '어전트 케어 클리닉(Urgent Care Clinic)'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소아 전문 응급센터를 방문하는 대다수, 60~70% 환자가 소아 전문 응급센터를 방문할 필요는 없는 경증환자다. 의학적으로 아이들 상태는 응급이 아니지만, 전후 상황에 따라 부모 마음은 응급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성 경련이 있던 아이가 야간 진료 공백 시간대에 열이 나면 부모들 마음은 다급해지는 식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친구센터는 이들이 소아 전문 응급센터에 가기 전 전문의료진에게 응급 여부를 지역사회에서 판단받을 수 있는 응급 환자 트리아제를 하면서 중등증 환자까진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기 전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생기는 셈이며, 소아 전문 응급센터는 기존 30~40%던 실제 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의료진을 대거 채용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친구 클리닉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IV(주사 및 채혈 등 정맥내 처치)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및 초음파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심전도 검사 등 진료를 제공한다. 실제 중증·응급 환자로 판단될 경우, 보건복지부 소아지역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급종합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와 연계해 전원과 이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백정현 구로우리아이들병원장은 "단순히 진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새벽에 내원하는 부모들은 다 니즈가 있다. 왜 아픈지부터 아이 상태에 대한 코치도 필요하다"며 "혈액·소변·심전도·엑스레이 검사 등이 모두 가능하도록 방사선사는 물론 2개월 아이도 가능한 간호사 IV 팀도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병실이 있으면 입원도 가능하고, 병원에서 불가능한 수술이 필요하거나 초응급 상황이면 협력체계를 통해 문제 없이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24시간 친구가 되고, 소아 의료전달체계에서 지역사회 1차 응급실인 어전트 케어 클리닉으로 역할하겠단 취지는 이상적이지만, 문제는 운영 부담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이 목표로 하는 소아 전문 응급센터 내원 환자는 일 30~70명 수준이다. 이들을 전부 흡수해도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 야간·새벽에 운영되는 친구 클리닉 특성상 의사부터 간호인력, 보안인력, 방사선사 등 전담 인력만 10여 명이 필요하다. 실제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이 친구 클리닉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산하 병원장들은 전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매달 적자가 당연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관련된 정부 지원과 정책은 없지만 우선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의정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등으로 진료 접근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야간에 갈 곳 없는 부모들 마음은 조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분명한 만큼 우선 출발하고,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와 응급의료에 미치는 영향과 성과를 보여주고 이를 정부에 피드백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단 것이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병원 운영만 생각했다면 정부와 협의해 수가부터 만들어져야 시작했을 거다. 그러나 의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우선 준비해 출발하기로 했다"며 "내원 환자 수, 만족도, 의료전달체계 영향 등 성과를 보여주면서 정부와 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보기

政,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政,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는 19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의료개혁특위는 출범 이후 본 위원회 및 산하 4개 전문위원회 회의와 간담회 등을 총 106차례 개최했으며, 지난해 8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1차 실행방안은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 시급한 현안 중심의 개혁과제를 다룬 바 있다. 이번 2차 실행방안은 첨예한 이해 갈등, 다양한 쟁점 속 지체돼 온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본사업 준비‥소아응급은 제자리걸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본사업 준비‥소아응급은 제자리걸음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필수의료 강화를 목표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연구용역을 공고하며, 시범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본사업 전환을 위한 실행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조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 어린이병원의 누적 적자, 필수의료 기반 약화 등의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되면 적자 운영으로 어려움

정부 중대본, 의료개혁·소아응급의료 정책 추진상황 점검

정부 중대본, 의료개혁·소아응급의료 정책 추진상황 점검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제1차장 주재로 회의를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대본은 이날 회의에서 의료개혁과 소아응급의료 정책 추진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 의료개혁 추진 정부는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착실히 추진 중이다. 먼저 12월 24일 제6차 선정에 따라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어제는 의료개혁 특위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제12차 회의를 개최해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